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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pr 19. 2023

 『장자』다시 읽기를 마치며

천천히 『장자』 다시 읽기를 마치며 


『장자』의 마지막 장 ‘천하’의 역시 마지막 부분에 ‘혜시’ 이야기가 있다. ‘혜시’는 장자의 절친이다. ‘서무귀’에서 ‘장자’는 이렇게 탄식했다. “지금 나도 ‘혜시’가 죽은 뒤로 상대가 없어져서 더불어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졌다.”


‘혜시’는 엄청난 독서량을 자랑하는 학자이자 동시에 ‘명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역시 『장자』 천하에 이르기를 장서藏書(가지고 있는 책-아마도 죽간)가 다섯 수레만큼 되었다. 


‘혜시’는 요즘 말로 하면 뛰어난 언변가이자 SNS의 인플루언서라고 볼 수 있다. 그가 한 말은 당시에는 이상하게 들렸지만 지금은 촌철살인의 묘미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혜시’의 말을 보자!  


“해는 중천에 떠오르면서 기울기 시작하고, 사물은 생기는 동시에 죽어간다.” – 거의 진리에 가까운 말이다.


“크게는 같으면서 작게는 다른 것을 조금 다르다 소동이小同異고 하고, 만물이 物이라는 점에서는 다 같고, 개별로서는 다 다른 것을 일러 크게 다르다 대동이大同異라고 한다.” – 이것은 ‘보편’과 ‘개별’에 대한 이야기를 떠 올린다.


“남쪽은 끝이 없지만 남쪽의 끝은 있다.” – 끝이 없다는 것은 한 없이 가까워질 뿐이라는 극한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사실이다. 즉 일반적으로 남쪽이라고 하면 개방형 의미가 되어 그 끝을 정할 수 없지만, 특정한 남쪽은 반드시 그 종점이 있다는 의미이다.


“이어진 고리는 풀 수 있다.” – 당연하다.


“개구리에 꼬리가 있다.” – 올챙이 


“산은 사람의 입에서 나온다.” – 엄청난 비유다. 산도 바다도 우주도 모두 사람의 입을 통해 나온다.


“수레바퀴는 땅에 붙어 있지 않다.” – 미분의 개념이다. 


“눈은 보지 못한다.” – 그렇다. 눈을 통해 볼 뿐이다. 즉, 보는 것은 눈이 아니라 사람이요 관념이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 도달할 수 없으니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까지의 길이는 끊어지지 않는다.” – 이것은 『장자』 속에도 있다. ‘제물론’ 처음에 나온다. (손가락을 가지고 손가락이 손가락 아님을 밝히는 것은, 손가락 아닌 것을 가지고 손가락이 손가락 아님을 밝히는 것만 못하고~)


“거북이는 뱀보다 길다.” – 상대적이다.


“나는 새의 그림자는 결코 움직이지 않는다.” – 엘레아의 ‘제논’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살촉이 붙은 화살이 빨리 날아가더라도 날아가지도 머물지도 않을 때가 있다.” – 이것도 역시 제논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나는 화살은 멈춰있다.)


“강아지는 개가 아니다.” – 당연하다.


“황색 말과 검은 소는 합해서 셋이다.” – 황색의 말이 아니라 황색 말이므로 황색 하나, 말 한 마리, 그리고 소, 즉 셋이다. 


“어미 없는 망아지는 본시 어미가 없다.” – 이미 없는 존재를 추론하는 것은 위험하거나 오류일 수 있다.


“한 자 길이의 채찍을 매일 절반씩 자르면 영원토록 다 자를 수 없다.” – 이것 역시 미분과 극한의 개념이다.


'장자'보다 더 엄청난 사람! 바로 혜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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