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식 Apr 20. 2023

이상한 2023년 4월 3주 목요일 밤.

이상한 날씨, 몰락하는 86, 무식한 권력자. 아!!!!!!!!!!~~~

위안이 필요하다. 음악을 듣는다. 3개의 음악을 듣는다. 


1. 

수제천


우리가 전통음악이라 여기는 민요는 대부분 노동요가 많다. 전통악기의 합주인 4 물놀이나 각종 놀이들의 대부분은 노동 현장에서 노동의 시름을 잊게 만드는 음악이었다. 그 이유는 일제가 1919년 이후 식민통치의 방향을 문화 정치로 바꾸면서 우리 민족의 전통음악을 수집, 채보採譜한다는 미명 아래 주로 노동요 중심으로 악보를 채보하였고, 그 뒤 1930년대 식량 증산을 하면서 전시 총력체제에 부응하는 노동요 중심으로 그 판이 굳어진 데 기인한다. 물론 이견도 있다.  


일제의 이러한 작업의 과정에서 각종 ‘대동제’나 봉산 탈춤 등의 전통 놀이의 복원도 없지는 않았지만 우리 전통음악의 다양성은 상당 부분 좁아진 채 굳어져 버렸다. 그 좁아져 버린 전통음악의 한 갈래에는 ‘아악’이 있다. 대개 ‘아악’은 궁중음악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오래전 보통사람들이 즐겨 들었던 음악의 한 형태였으나 궁중에서 자주 연주되다 보니 궁중음악으로 굳어진 것이다. 즉 그 아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전 그 음악은 분명 우리 민중의 정서가 서린 대중음악임에 분명하다.


수제천은 정읍(井邑), 빗 가락 정읍(橫指井邑)이라고도 한다. '횡지(빗 가락)'는 악학궤범에 나오는 조調의 이름으로 南이 기음(으뜸음)이 되는 계면조(단조) 선율을 뜻한다. 고려 가요 동동(어떤 기록에는 정읍사로 불린다.)과 구분하려 함이다. 동동이 외설스러운 내용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정읍사는 아는 바와 같이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마음을 담은 백제가요다. 이 장중하고 우아한 수제천과 그런 노래들이 서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니!! 본래 가사가 있었으나 조선 중기 이후 가사는 사라지고 음악만 남았다.


악기 편성은 당초 삼현육각三絃六角인 향피리 2, 젓대 1, 해금 1, 장구 1, 좌고 1 등 6인 편성이 기본이다. 남조(C)를 기본으로 하고 곡의 빠르기는 매우 느리며 장중하다. 


이 음악을 듣고 스스로 지은 시다. 


壽齊天

拍哥破靜寂(박가파정적)‘박’소리 정적을 깨뜨리네.

聯南調吹笛(연남조치적) 이어서 피리가 남조로 불고,

箏芩合與密(쟁금합여밀) 아쟁과 해금의 고요한 합주

至天幽碩曲(지천유석곡) 하늘에 이르는 우렁차고 그윽한 가락


2.

Morning has Broken                                

   

70년대 팝 음악을 주름잡던 스타 중에 Cat Stevens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름은 생소할지 몰라도 그의 빅 히트곡인 “Morning has Broken”을 들어 보면 아하! 이 사람 할지도 모른다.


남자면서도 맑고 청량한 목소리를 가진 그는 70~72년 사이에 연거푸 빌보드에 상위 히트를 기록하더니 1979년 이후 돌연 그 무대에서 종적을 감춰버렸다. 그리고 2009년 이슬람으로 개종한 이름 Yusuf로 새로이 앨범을 내고 다른 삶을 살아온 자신을 공개했다.


70년 후반 이슬람교도로 개종 한 뒤 자선과 봉사의 삶을 살아온 그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경매를 통해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지금은 봉사단체의 일원으로 살고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이 지난 천년 이상을 피 흘리며 싸우고 있고 또 이슬람은 그들 스스로도 정통성을 두고 오늘도 폭탄과 총알로 맞서고 있다. 그 혼란의 틈 속에서 가끔은 이런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우리 삶을 아름답게 한다.


3.

Kissin plays Chopin: Fantasie-Impromptu Op. 66              

                   

건반악기인 피아노가 현악기이면서 타악기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 소리가 더욱 놀랍다. 강철로 만든 약 250여 개(88 건반*동일 음을 내는 2~3개의 현) 현에 타건(건반을 두드림)으로 전달된 힘을 해머가 현을 치고 그 소리를 가문비, 마호가니, 로즈우드 등의 고급 목재로 만든 공명판이 울려 소리를 내는 이 악기는 많은 변천을 거쳐 오늘날의 악기가 되었다. 


즉흥(Impromptu, Improvisation) 연주곡은 이론적으로 연주자가 악보 없이 스스로의 감흥을 악기로 연주함을 말하는데 쇼팽과 베토벤이 이 부분에 뛰어난 역량이 있었다. 쇼팽은 살아생전에 이 곡을 발표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후세의 이론가들이 말하기를 베토벤의 월광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지만 정확한 이야기는 알 수 없다. 어쨌거나 즉흥환상곡은 모호하지만 이전의 피아노 음악에서 느낄 수 없는 독창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다.


프레드리크 프랑수아 쇼팽, 폴란드 출신의 천재,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는 쇼팽, 서른아홉의 나이로 요절한 그의 절정의 천재성이 녹아있는 음악 즉흥 환상곡을 들어보자. 피아노라는 악기가 가지는 힘과 열정, 느림과 빠름, 부드러움과 강함 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연주자 에브게니 키신, 71년생 러시아 출신 유대인. 10세 때 키신은 러시아 울랴노브스크 교향악단과 함께 연주하며 데뷔했다. 이듬해에는 모스크바에서 첫 독주회를 가졌다. 13세인 1984년부터는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쇼팽의 피아노 콘체르토를 전곡을 연주, 녹음하여 자신의 재능을 국제적으로 알렸다. 한 마디로 천재다. 뿐만 아니라 시 낭송도 잘한다. 그의 시 낭송 CD를 우연히 소장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천재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쇼팽의 즉흥도 좋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바람 불고 음산한 봄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