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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pr 29. 2023

버터나이프에 대한 쓸모없는 생각


버터나이프에 대한 쓸모없는 생각


1. 


주중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밥을 차려 먹다가 주말에는 조금 간편하게 먹기로 한다. 계란 삶고, 빵과 커피, 그리고 과일과 요구르트를 먹는다. 가끔 샐러드를 더할 때도 있다. 빵에 버터를 바르고 딸기 잼이나 블루베리 잼을 같이 먹기도 한다. 사실 반찬 몇 개와 국, 그리고 밥을 먹는 것이 간편할 때도 있다. 


2. 

형태나 색깔 등이 유사한 것을 집합화 하려는 지각 경향성을 지칭하여 일반적으로 유사성 원리(principle of similarity: 실제 '상사相似법칙'은 '물리학'이나 '화학 용어'인데 여기서는 그 표면적 의미만을 차용한 것이다.)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하자면 ‘닮았다’, 혹은 ‘비슷하다’로 표현되는 것이다. 형태에 국한하거나 색깔로 국한하면 범위가 매우 좁아지지만 두 개의 요소를 병용해 보면 생활에서 쉽게 유사성을 발견한다. 여기에 인간의 상상력을 부가시키면 오히려 유사하지 않은 것이 없을 만큼 그 범위가 확장되기도 한다.


3.

'삼국지연의'의 인물들은 역사적 사실事實 위에 소설가의 상상력이 더해져서 매우 독특한 이미지를 창조해 냈는데 그중 백미는 ‘관우’다. ‘관우’는 삼국지연의의 작가 ‘나관중’에 의해 거의 신격화된 인물로서 그 뒤 민간신앙의 숭배대상이 되었음은 물론이며 심지어는 불교에서도 그의 이미지를 받아들여 ‘가람보살’(伽藍菩薩)로 숭배되었는데 그가 사용했던 무기는 그의 상징처럼 되어 있다. 바로 ‘청룡언월도’이다.

4.

'관우'의 칼을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라고 불렀다. '청룡'의 이미지와 해석은 한나라 유학자 ‘동중서’가 썼다는 『춘추번로』(春秋繁露)에서 유래되었는데, 칼에 그 청룡의 기상이 있기를 바라면서 그런 이름을 붙여졌을 것으로 추측한다. 생김새는 '언월'(偃月 - 반달에 가까운 모양)의 '제도齊刀'를 용이 머금고 있는데 칼날 가운데에는 용의 여의주를 새겼다. 이는 칼이 청룡의 기백과 여의주의 기운을 받아 움직이기를 바라는 의미이다. 그야말로 오랜 시간을 거쳐 전승되어 온 신념 혹은 믿음들이 혼용되어 나타난 무기가 바로 '청룡언월도'인 것이다.    


『명사』(明史) 중 무장 '유정'(임란 때 원병을 이끌고 참전함)의 전기인 『유정전』(劉綎傳)에  ‘관우’의 ‘언월도’ 사용을 이렇게 묘사했다. “강철 120근으로 만든 칼을 말 위에서 빙빙 돌리니 마치 날아오르는 것 같았다”라고 하였다.(120근을 오늘날의 도량형으로 계산해 보면 ...후한 당시 1근 = 약 220g,  220*120=26,400g 즉 26.4kg) 중국인들의 과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 모양이다. ^^


조금 더 엄밀해지자면 ‘관우’의 ‘청룡언월도’ 모양의 칼은 송나라 이후에야 비로소 사용되었고 ‘나관중’이라는 사람이 그 후 원나라 말기 사람이고 보면, '청룡언월도'는 완전히 상상 속에서 관우가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5.

서양 음식의 정찬에 필요한 그릇과 집기의 수는 나라와 문화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매우 다양한 크기의 나이프와 포크, 그리고 접시 글라스 등이 사용되는데 그들의 주식인 빵에 버터를 발라 먹는 도구가 바로 버터나이프다. 이 버터나이프의 모양도 너무나 다양하지만 본질적인 기능인 버터나 잼을 빵에 고르게 펴 바르는 기능을 하는 것은 동일하다.


6.

아침 먹으면서 아주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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