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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May 18. 2023

권력......

어제와 오늘, 경남 중등교장단 연수를 다녀왔다. 어제 오후에는 교육감과 18개 시군 교육장, 본청과장 및 일부 직속기관장들이 이 연수에 참여했다. 집으로 돌아와 2일 동안의 연수를 가만히 복기해본다. 그리고 이런 생각에 이르렀다. 


1.     권력의 속성


권력의 내부적 속성은 이익의 독점에 있다. 즉 권력을 가진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그들의 이익 수호를 위해 그들은 권력에 복종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한다. 사실 우리 보통 사람들은 이 권력의 이익을 누려 본 적이 없다. 따라서 그 맛도 느낌도 전혀 알 길이 없다. 어쩌면 앞으로도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 많은 국회의원, 정치인, 관료들이 멍청하고 무식해서 친일을 모르고 진보와 보수를 구분 못하겠는가? 아니다. 그들도 안다. 그들도 그들끼리 모이는 어두운 곳에서는 자괴감에 빠질지도 모른다. 단지 그들이 당당하게 반대, 혹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가끔은 목에 힘주어 적극적 홍보를 하는 것도) 것은 그들과 그들의 가족이 누리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도 완벽하게 보장될, 권력이 확실히 담보하는 그 이익의 상실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2.     권력의 이중구조


캄보디아에 가면 앙코르와트가 있다. 여러 면에서 신비롭다. 앙코르와트의 많은 사원들 중 바이욘 사원이 있다.


바이욘 사원의 핵심은 54개의 부처 얼굴이다. 그 웅장한 얼굴들 사이로 이어지는 사원의 구석구석에서 우리는 인간이 지상에 건설해 놓은 또 하나의 용화세계를 본다. 부처는 제 각각 모습을 달리하며 언제나 빙그레 웃고 있지만 네게는 정확하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 


하기야 천 년이 지난 뒤 타국의 여행자가 그 뜻을 어찌 알겠는가? 단지 그것 자체로 하나의 놀라움이요 신비일 뿐. 여러 개의 돌을 쌓아 올려 거기에 다시 부처상을 조각한 그들의 놀라운 솜씨는 차치하고 인간의 종교에 대한 신앙심의 한계와 그 신앙심을 이용해서 이토록 화려한 건축물을 지어낸 권력의 이중구조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독일을 통일한 비스마르크의 정책이 '철과 피'라면 아마 이 건축물을 만든 왕의 정책은 '돌과 피'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철과 피'나 '돌과 피' 모두 힘 없고 권력없는 백성들에게는 고난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저 화려하고 위대한 모습 아래 숨 죽인 백성의 신음이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름다운 석조 건축물의 위용 앞에 있으면 그런 생각은 단지 스쳐가는 생각의 하나일 뿐이다. 푸른 하늘이 배경이 된 저 부처의 얼굴은 인간의 내면과 외부를 연결하는 통로가 분명하다. 



3.     권력, 정보의 비대칭


지금처럼 복잡한 정보사회에서 우리가 획득할 수 있는 정보란 사실 얼마나 미미한가! 또 그렇게 획득된 정보조차도 한정된 정보(이른바 School Information - 누군가에 의해 사전에 조작되거나 원천정보로부터 몇 단계의 가공을 거친) 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이전에 알고 있던 모든 정보가 돌연 가벼워진다.


하지만 이런 한정된 정보조차도 그것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한 절차와 인증을 거쳐야 하는데 이 절차와 인증의 존재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으로부터 기인된 권력관계에서 일종의 통과의례 혹은 통과제의의 성격을 가진다.  


언론을 통해 가공되어 유포되는 모든 이야기들과 그 이야기 뒤편으로 흐르는 정보는 처음 그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강력한 磁石이 가지고 있는 磁場처럼 일정 범위 내의 유사한 다른 이야기를 흡수하여 한층 새로운 이야기가 부가된 채 대중들에게 전달되는데 간단한 예가 바로 ‘이념적 경향’이 그것이다.


대중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거나 또는 자신이 속한 집단이 가지고 있는 이념적 磁場에 이끌려 정보를 해석하고 해석된 정보를 자신의 정보에 부가하여 전파한다. 원천정보(사실은 완전한 원천도 아니지만)가 이런 가공을 계속 거치다 보면 정보의 핵심(이른바 Fact라고 부르는)은 허물어지고 가공된 것들(핵심과는 거리가 멀거나 또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도 종종 있다)이 정보라는 것으로 바뀌는 정보誤謬가 발생한다.


하루 종일 내가 들은 정보들 중 이와 같이 조작된 가짜, 혹은 변두리 정보들이 어쩌면 대부분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는 원천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권력과 구조를 가지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원천정보에 미칠 수 있는 경로를 이미 오래전에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


4. 정리


장자 제물론…… 2300년 전 인간 장자의 話法, 즉 천천히, 완곡하게, 그리고 충분히 예증을 들어서 우리 마음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지금의 우리(직설적이고, 자기 위주로, 마음과는 무관하게 살고 있는)가 쉽게 알아들을 수는 없다. 쉽게 알아듣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단지 이해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庸詎知吾所謂知之非不知邪(용거지오소위지지비부지사) : 지금 안다고 하는 것이,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닌 줄(즉 아는 것인 줄) 어찌 알겠는가! 


庸詎知吾所謂不知之非知邪(용거지오소위부지지비지사) : 또한 (내가) 모른다는 것이 아는 게(즉 모르고 있는 것인 줄) 아닌 줄은 어떻게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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