解心之繆 (해심지무) 마음을 묶는 속박을 풀다.*
暫睇較花心 (잠제교화심) 잠깐, 꽃과 마음을 견주어보니,
恒欲免藩籬 (항욕면번리) 언제나 울타리를 벗어나고자!
花容色美好 (화용색미호) 꽃이야 아름답기라도 하지,
吾中迭蕩泯 (오중질탕민) 내 마음은 갈마듦에 엉망진창.
2023년 6월 25일 오전, 지나는 길에 일두 선생 고택을 지나왔다. 이 맘 때 피는 능소화를 보고자 함이다. 매년 보아도 매년 느낌이 다르다. 매년 나이 들어가니, 매년 흐려질지도 모른다.
능소화는 담장을 넘어 피는 것이 습성이다. 그런 이유로 늘 담벼락 아래 심는다. 줄기가 담을 넘고 그 넘은 줄기에 꽃이 핀다. 장마가 오는 이 시기에 동네 담벼락마다 주황색으로 환하게 피는 능소화는 골목길을 지나는 모든 이와 세상에 베푸는 布施다.
끝없이 담을 넘으려는 상황과 끝없이 스스로의 경계를 넘으려는 내 마음을 견주어 보니 닮았지만 완전히 다르다. 능소화는 저 자태로 아름답게 세상을 밝히는데, 내 마음은 뒤죽박죽, 엉망진창이니 다만 꽃에게 미안하다.
‘갈마들다’라는 말은 '서로 번갈아 든다'라는 순우리말이다.
*「莊子」’경상초’에 나오는 말이다. 경상초가 노자의 제자라는 학설이 있으나 실존 인물이 아닌 것으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