遠望 멀리서 바라보니

by 김준식


遠望 멀리서 바라보니


離形去知宜向冥*(이형거지의향명) 형태와 지각을 떠나 마땅히 어둑해져야 함에도,

心隨身運探妙釉 (심수신운탐묘유) 마음 따라 몸이 움직이니 밝고 묘한 것만 찾네.

胸中煩惱似須彌 (흉중번뇌사수미) 마음속 번뇌는 수미산 같아라!

雨中天下墨色潤 (우중천하묵색윤) 비 오는 세상은 수묵처럼 빛나는데.


2023년 7월 14일 아침. 출근길에 비 오는 풍경을 본다. 젊은 시절, 나이가 들면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초연해질 줄 알았다. 막상 나이가 들어가니 초연 함은 커녕 더 번잡해지는 마음자리를 본다. 이유야 천 가지, 만 가지가 넘겠지만 결국 스스로 마음을 소홀히 여겼기 때문이리라.


6월 말, 일두 고택 능소화도 내 마음을 흔들었고 오래 계속되는 장마 속에서 보라색 핏줄이 선명한 도라지 꽃도 어김없이 나를 유혹한다. 사는 일이 번뇌 투성이다.


* 이형거지: 『장자』‘대종사’에 '육체를 떠나고 지각 작용을 없앰'이라는 말. 공자와 안회의 대화 중 안회의 말이다. 논어에 나오는 그 공자와 안회와 이름은 같지만 이것은 ‘장자’의 목소리다.(중언)


* 수미산須彌山, Sumeru, Mount: 불교의 세계관에 나오는 상상의 산이다. 세상은 아홉 산과 여덟 바다가 겹쳐져 있는데 가장 높은 산이 바로 수미산이다. 세계의 중앙에 있는 이 거대한 산의 중턱에는 사천왕이 있고, 그 꼭대기에는 제석천帝釋天이 있다. 해와 달은 수미산의 허리를 돈다고 한다. 한편 여덟 바다 중 가장 바깥쪽 바다의 사방에 사주四洲가 있는데, 그중 남쪽에 있는 남염부제南閻浮提에 인간이 살고 있다.


이상과 같은 전설적인 면 이외에 실제로 히말라야 북쪽, 티베트의 수도인 라싸 서쪽 ‘아리阿里’라는 지역은 소위 ‘신의 땅’으로 불리는 곳이 있다. 거기 해발 6,714m의 카일라스 Kailas산이 있다. 이 산을 다른 이름으로 수미산이라 부른다.


지난달, 함양 지곡에 있는 일두 고택 담장의 능소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