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이 된 교사들이 다시 교사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다가 여의치 않으면 퇴직을 해 버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 다시 교사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앞 선 글에서 처음 기준인 시간이라는 기준으로 이야기했다.
두 번째 기준은 공간이다.
성장하면서 처음으로 내 방을 가진 것은 아마 대학에 입학할 때였던 것 같다. 하지만 내 방이 생기면서 동시에 내가 내 손으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기 때문에 나의 공간이 생겼다는 기쁨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직장 생활하면서 처음으로 나의 독립 공간이 생긴 것이 지난 2019년 9월이다. 30년 넘게 교사 생활을 잠시 멈춘, 내 나이 58세가 넘은 해였다. 공모 교장이 되면서 생긴 나의 독립 공간은 교실 한 칸 정도였는데, 공간이 너무 넓어 중간에 벽을 세워 행정실과 공간을 분할하고 본래 행정실이 있던 공간은 교무실 공간으로 확장하였다.
그렇게 4년이 지나고 나는 다시 교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교무실이라는 공유 공간을 이용하게 되었다.
- 공간이 주는 의미
어려운 신경건축학(Neuroarchitecture - 건축물이나 공간을 마주할 때 인간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분석하는 학문)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공간이 사람에게 주는 의미는 매우 크고 깊다. 그리고 그 공간이 독점 공간인가 혹은 공유 공간 인가에 따라 인간의 뇌는 매우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당연히 독점 공간에서 인간은 창의적이 되고 동시에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이사理事로 승진하게 되면 독립 공간이 제공된다. 이사에게 독립 공간이 제공되는 이유는 보상의 측면과 동시에 좀 더 창의적인 발상이 요구되는 직책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좀 더 이익 창출에 노력하라는 의미다.
학교에서는 오직 교장만이 이 공간을 가진다.(물론 교감실이 있는 곳도 있기는 하지만 완전한 독립 공간이라고는 볼 수 없다.) 회사에서 이사실이 제공되는 것처럼 교장도 창의적으로 학교 발전을 위해 노력하라는 의미도 있지만 학교는 이익 창출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이 기능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학교에서는 예우禮遇의 측면이 더 크다.
공간을 독점하게 되면 스스로 그 공간을 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고 실제로 여러 가지 것에 개인적 취향을 추가시키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교장은 자신의 공간을 보장받게 되고 의도적으로 그 공간을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교실 한 칸(66제곱미터, 약 20평)이 교장실로 제공되는데 경우에 따라 반(10평) 정도도 있다.
그런가 하면 교사들이 공유하는 교무실에서 교사 개인이 점유하는 면적은 겨우 2평 남짓이다. 책상과 의자가 차지하는 면적과 약간의 사물함이 차지하는 면적이 전부다. 20평과 2평이 교장과 교사 사이의 간극이다.
교사들은 교무실의 나머지 공간을 공유하며 서로 부대끼고 생활한다. 물론 정도 들고 인간적인 유대가 두터워지기도 한다. 반대로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매일 마주해야 하고 여러 물품을 공유한다. 점유와 공유의 사이 그 어느 지점이 교사들이 가지는 공간의 의미다.
- 예우, 그리고 차별과 차이.
분명하지는 않지만 교장실은 예우(예의禮儀를 지켜 정중히 대우)의 공간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예우를 받으면서 4년을 보낸 공모교장들이 그 예우를 내려놓고 2평의 독점 공간과 나머지 공유 공간으로 돌아와야 한다. 독점 공간에서 가졌던 경험과 감각을 아무렇지 않게 내려놓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이 지점이 바로 교사로 돌아오기 꺼려하는 지점 중 하나다.
Discrimination & Difference
두 단어는 비슷한 어근(Dis~, 떨어지다. 분리하다.)을 가진다. 차별과 차이의 의미가 얼마나 다르겠는가? 그러나 차별을 당하는 처지에서 차별은 뼈아프다. 사실은 차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서로 다르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다양성이라는 개념으로 포용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차별에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자의 차(差) 자는 수직(垂 - 수)으로 내려온 것이 왼쪽(左 - 좌)으로 치우쳐 버린 것을 나타내는 회의 문자다. 이를테면 위에서 시작할 당시에는 똑같았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한 편으로 치우친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 글자만으로는 가치문제를 생각하기는 어려운 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