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에서 교사로 돌아온 이야기(4)

by 김준식

교장이 된 교사들이 다시 교사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다가 여의치 않으면 퇴직을 해 버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 다시 교사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앞 선 글에서 두 번째 기준인 '공간'이라는 기준으로 이야기했다.


세 번째 기준은 '조직'이다.


현재 대한민국 학교는 조직 사회다. 조직 사회의 특징 중 중요한 하나가 위계位階다. 사실 교육이라는 대 전제를 실현하는 학교라는 사회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는 ‘평등’ 임에도 불구하고 2023년 대한민국 학교는 너무나 분명하고 확실한 불평등에 기초한 위계가 존재한다. 물론 교육과 평등에 관한 의견은 다양하고 원칙적인 반론도 만만치는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 사회 조직은 위계가 존재한다. 표면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조직도 있고, 위계를 분명하게 강조하는 조직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조직 중에서 이 위계를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직이 軍과 행정기관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한민국 학교는 조직의 편제상 행정기관의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아마도 대한민국 학교가 이런 성격을 가지게 된 이유는 일제 강점기에 정착한 근대 교육기관 발전과 성장의 영향이 크다. 일제가 이 땅에서 저들의 방식으로 근대적 학교를 만들었고, 식민 통치의 편리와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며 학교에 군사 문화를 그대로 이식하였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학교는 군사조직처럼 일사불란한 기관으로 고착되어, 해방된 지 80년이 넘어도 학교는 여전히 일사불란함을 강조하는 행정기관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러면 지금 우리가 있는 학교는 과연 얼마나 조직 문화(군사 문화)와 위계 문화가 침투해 있을까?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오래전부터 별생각 없이 사용하는 ‘참모’ 회의라는 용어가 있다.(요즘은 다행히 많이 쓰지 않는다.) 통상 부장회의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여전히 참모 회의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참모 회의! 여기서 ‘참모’는 군사 용어 그 자체다. ‘참모’란 군사 조직에서 지휘관의 부하로 작전, 인사, 군수 등에 관한 계획 및 실행을 담당하는 직책이다. 이 말이 학교에서 여전히 그리고 버젓이 사용된다.


2000년대 초반 경기도에서 시작한 혁신학교는 이러한 불편한 조직 문화 토대 위에서 생겨났다. 토대는 뿌리가 깊으니 일단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이라도 수정하자는 것이 혁신학교 운동의 실체라고 나는 생각한다.(반론 있음) 그 뒤 대안학교(간디학교) 운동도 근본적인 구조는 일단 덮어두고 역시 아이들과의 관계와 교육 방식에 집중하였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런 변화의 운동은 덮어 두었던 뿌리 깊은 근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 4급 대우의 교장과 5급의 행정실장, 그러면 교사는?


위계에 의하면 행정직 4급은 서기관인데 이 서기관이라는 직급은 일제강점기에도 사용되었으나 3·1 운동 후 폐지되었다가, 정부수립 후 1948년 11월 인사사무처리규정에 의하여 다시 사용되었다. 한 마디로 일본식 용어다.


학교를 행정조직으로 보고 초, 중고 교장을 행정직 4급, 즉 서기관으로 대우하는 것이다. 도 교육청에는 행정직 3급도 있고 2급도 있다. 그러면 교사는 과연 몇 급인가? 혹자는 7급이라고 이야기하고 혹자는 여전히 급수를 따지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별정직이라는 근거로) 하지만 교장이나 교감이 그리고 행정실장이 몇 급으로 대우받는다면 교사도 그에 상응하는 급수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7급이라는 이야기가 도출된 것이다.


4급 대우를 받던 사람(공모 교장)이 7급 대우(교사)를 받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 설명해도 분명한 강등이다. 이를테면 징계에 의하지 않고 이런 급작스런 변화가 생긴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쉽게 납득이 될 수 없다. 당연히 이런 변화가 불편하다. 수업을 하는 것과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달라서가 아니라 이런 변화에 대한 배려가 없는 상황이 공모 교장이 교사로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스스로 이런 강등을 자처하고 그것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나름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 문제를 보면 교육적인 상황에서 교장에서 교사로 돌아오는 상황과 조직 속에서 교장이 교사로 돌아오는 문제는 구조상 완전히 다른 문제일 수 있다.


- 조직 사회와 학교의 미래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필요하다. 당연히 조직 내부의 위계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교육 행위도 순수한 개인의 자유 의지만으로는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직급이나 위계는 분명 과한 부분이 있다. 4급에 준하는 예우를 위해 제공되는 여러 가지 것들은 학교라는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 예우가 사라지지 않으면 공모 교장 제도의 긍정적 순환은 늘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교육은 마땅히 이래야 한다는 정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육을 하는 학교에서 마땅히 사라져야 할 비교육적 요소는 분명히 존재한다. 군사조직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엄격한 직급과 그에 따른 과한 예우는 사실 교육과는 무관한 것들이다. 예측할 수는 없으나 이런 조직 문화와 직급에 따른 예우가 학교 현장에서 조정된다면 지금과 같은 일반적인 승진 문화도 어느 정도 조정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반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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