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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pr 10. 2017

꽃 비

벚꽃의 화려한 죽음, 나뭇잎 돋아남  


花雨


孅葉前不交 (섬엽전불교) 어린잎 채 알기도 전에,
枠片甚雰濩 (화편심분호) 벚나무 꽃잎은 저렇게 날리 운다.
芽芿華落了 (아잉화락료) 새순 돋고 꽃 떨어짐 저리 분명한데,
不由不及翏 (불유불급료)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저 바람.


2017년 4월 9일. 벚꽃 잎 하염없이 날림을 바라보다. 벚꽃은 처음부터 꽃과 나뭇잎이 만나지 않기로 설정된 나무다. 그것이 벚나무의 진리인 셈이다. 꽃잎의 죽음을 대하는 벚나무의 태도는 자연스럽다. 장자 대종사에 자상호, 맹자반, 자금장이라는 세 인물이 등장한다. 세 명 중 자상호가 죽자 맹자반과 자금장은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기보다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누에(蠶) 올릴 채반을 엮거나 금(琴)을 치면서 노래를 부른다. 이를테면 죽음은 순환의 과정이며 동시에 새로움의 바탕이다. 저 꽃 떨어져야 벚나무는 마침내 진정한 봄을 맞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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