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산책(37)

by 김준식

초승달이 떴다.


달은 지구에서 약 38만 5천 km 떨어진 곳에 있으며, 지구의 주위를 돌고 있다. 1969년에는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저 달에 착륙하였고,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을 딛고 지구로 귀환하였다.


달은 분명한 실체이자 현상이지만 동시에 지극히 관념적인 대상이다. 특히 지금처럼 달의 대부분이 가려진 저 모습은 우리에게 다양한 생각의 동기를 제공한다.


달은 시속 3,692 km의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돈다. 처음 자리로 돌아오는 기간은 약 29일 12시간 44분이 걸린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달은 이제 처음 자리에서(지구에 사는 나를 중심으로) 출발한 지 2일을 넘기고 있다.


달을 움직이고 지구를 움직이는 힘의 원천은 중력이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알고 있지만 나에게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지식은 아니다.


노자께서는 이런 상황을 이렇게 표현하신다.


“道之爲物, 惟恍惟惚 惚兮恍兮, 其中有象 恍兮惚兮, 其中有物 窈兮冥兮, 其中有精 其精甚眞, 其中有信 (도지위물, 유황유홀 홀혜황혜, 기중유상 황혜홀혜, 기중유물 요혜명혜, 기중유정 기정심진, 기중유신)”

『도덕경』21장 부분


“도는 있는 듯 없는 듯하다. 없는 듯 있는 듯 하지만 그 가운데 형상이 있고, 있는 듯 없는 듯하나, 그 가운데 실체가 있고, 그윽하고 가물거리지만 그 가운데 어떤 정신이 있다. 그 정신은 매우 참되니, 그 가운데 믿음이 있다.”


분명히 달도 지구도 있고 각자 아주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각자의 궤도를 돌고 있다. 동시에 달은 우리 눈에 보이며 과학적으로 완벽히 파악된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 왜 거기에 있는지, 왜 그 움직임을 유지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유지되고 있고 답은 오리무중이거나 제각각이다.


이 거대한 움직임을 설계하고 유지하며 마침내 소멸할 것에 대한 분명하고 구체적인 설계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사실은 오류일 수 있다.


이 거대한 움직임, 즉 道는 있는 듯 없는 듯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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