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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Oct 25. 2023

우연히 생각하는 정의正義

#1 정의正義의 정의定義


페니키아 출신의 로마시대 법학자 Ulpianus는 ‘정의正義’를 이렇게 정의定義했다. “각자에게 그의 몫을 주려는 항상 부단의 의지” 계급적 악취가 물씬 나지만 당시로서는 아마도 최선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후로는 이런 딱 부러지는 ‘정의’의 ‘정의’도 찾을 수 없다. 중세시대는 그나마 기독교가 그 역할을 다했다. 하나님이 곧 ‘정의였다.


#2 또 다른 정의正義


1961년 12월에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나치 전범 칼 아돌프 아이히만(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실질적인 책임자)의 전범 재판이 열렸다.


1946년 2차 대전 패배 이후 아이히만이 은신처에서 탈출한 뒤 오랜 세월 연기된 재판이었다. 1960년 이스라엘 비밀 정보기관이 그를 체포한 뒤에야 정의의 실현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스라엘 국민 법정에서 판사 3명의 주재로 열린 이 재판은, 취재기자가 너무나 많아 공개 법정으로 실시되었다. 또한 재판 과정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거기서 아이히만은 자신은 단지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누가 보아도 불충분하고 어이없는 자기변명이었다. 결국 아이히만은 모든 혐의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1962년 5월 교수형에 처해졌다. 재판을 직접 재판정에서 지켜본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작성하였고, 거기서 그녀는 유명한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을 하게 된다.


아이히만이 악이라면 지금 이스라엘(하마스)은 악이고 그것을 방조하는 미국, 러시아도 악이다. 그리고 그 뉴스를 보며 일상을 유지하는 우리 역시 아이히만이 보여준 '악의 평범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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