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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Nov 01. 2023

『코스모스』讀後記(1~7)

『코스모스』를 두 번째 읽고 나서야 비로소 독후감을 생각하다.


내가 대학에 입학하던 해에 출간된 이 책을 나는, 거의 20년이 지난 40대에 처음으로 읽었다. 당시나 지금이나 우매한 것은 마찬가지지만은 지금과 당시를 비교해 보면 그땐 참 어리석고 답답했던 시절이었다.


다시 20년이 지난 내 나이 60이 넘어, 지난해 초부터 읽은 『코스모스』는 제법 살갑게 다가왔다. 영문판과 비교하여 읽은 덕에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번역자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다른 부분도 가끔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장자』를 오래 읽고 음미해 왔다. 따라서 『코스모스』를 읽으며 『장자』를 떠올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장자』 ‘天運’에 이런 말이 있다. 


“天其運乎 地其處乎 日月 其爭於所乎 孰主張是 孰維綱是 孰居無事 推而行是(천기운호 지기처호 일월 기쟁어소호 숙주장시 숙유강시 숙거무사 추이행시)”


“하늘은 움직이는가? 땅은 멈추어 있는가? 해와 달은 자리를 다투는가? 혹 그 누군가 이 일을 주재하고 있으며, 그 누군가 천지 일월에 질서를 부여하고 있으며, 그 누군가 스스로 無爲에 머물면서 천지일월을 밀어서 움직이는 것인가?”


2300년 전 ‘장자’ 혹은 그의 제자들이 생각한 천지 운행에 대한 궁금증을 이렇게 표현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와 『코스모스』의 이야기는 매우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전체 13장의 이야기를 차례대로 읽지는 않았다. 이를테면 9장(The Lives of the Stars)의 이름이 너무 마음에 들어 먼저 읽기도 했다. 한국어 판은 이것을 ‘별들의 삶과 죽음’이라고 번역했지만 Live가 있으니 당연히 Death가 있게 된다. 따라서 ‘세이건’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각 장마다 처음에 세이건 스스로 고른 위대한 고전을 조금씩 인용해 놓았는데 그 장을 관통하는 말들을 여러 고전에서 잘 찾아 놓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천재적이다.


나는 전체 7개의 관점으로 독후감을 쓰고자 한다.


1.     이오니아를 그리워하다.


이오니아(그리스어: Ιωνία)는 에게해의 아나톨리아(현재의 터키의 아시아 부분)의 서남부를 이르는 고대 그리스의 지명이다. 작은 자치국들의 연합체였던 이오니아는 고대 에게해 연안과 섬을 주로 점유하면서 노예제를 근간으로 상업무역이 융성했고 그 자본을 토대로 실험을 기초로 한 과학이 발달하여 수많은 과학자들이 등장하게 된다. ‘세이건’은 책 전체를 통해 자주 이 이오니아의 쇠퇴(실험을 기초로 한 과학의 쇠퇴)를 안타까워한다. 그들의 실험에 근거한 과학적 방법이 오래 유지되었더라면 인류 문명은 지금보다 최소한 500년은 더 빨리 진보했을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하지만 역사에는 늘 가정이 없다. 실험적 방법이 사라지고 관념적인 철학이나 지적 유희로 전락한 고대 과학문명의 쇠퇴가 단순히 이오니아의 쇠퇴 때문이었겠는가! 그 뒤에 등장하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이야기에서도 세이건의 아쉬움이 매우 진하게 느껴진다.


이오니아 출신의 수많은 학자들 중 거의 마지막쯤에 나타난 'Aristarchus'(Aristarchus of Samos, 사모스의 아리스타르코스, B.C. 310~230)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아리스타르코스는 천문학자로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일했다. 그는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태양중심설’을 주장했다고 알려져 있는 천문학자로 소개하고 있다. 이 ‘태양중심설’은 그 후 1800년이 지난 뒤 폴란드 토룬 출신의 사제이자 천문학자인 ‘코페르니쿠스’에 의해 입증(‘세이건’에 의하면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다.)되었는데 코페르니쿠스가 1543년 출판한 그의 책 『De revolutionibus orbium coelestium』(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는 태양은 우주의 중심이며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는 전체 6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태양중심설’은 1권에 서술되어 있다. 2권부터는 복잡한 수식으로 되어 있으나 1권은 복잡한 수식을 사용하지 않고 대부분 서술문으로 되어 있다. 


1권은 전체 14장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제1∼3장에서는 우주나 여러 천체와 지구가 모두 구형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제4장에서는 천체가 원운동을 한다는 것을 서술하였다. 제5장에서 결정적으로 지구는 자전하면서 동시에 태양 주위를 원운동 한다는 ‘태양중심설’을 설명하고 있다. 제6∼8장에서는 ‘태양중심설’에 대한 ‘지구 중심설’ 입장의 반론을 들어 이것을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제9∼11장은 ‘태양중심설’의 입장에서 어떻게 천계의 여러 현상이 합리적으로 설명되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제12∼14장은 제2권에 대한 수학적 준비로서 원호의 표와 삼각법의 기초 정리를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그 당시까지 기독교적 세계관성서적 세계관에 의해 정설로 믿어오던 ‘지구 중심설’, 즉 ‘천동설’의 오류를 지적하고 태양 중심설, 즉 ‘지동설’을 주장하여 근대 자연과학의 획기적인 전환, 이른바 ‘코페르니쿠스의 전환’을 가져왔다. (중학교 철학 2, 김준식, 교육과학사, 2023. 90~91쪽)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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