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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Nov 02. 2023

『코스모스』讀後記(2)

2.     음악으로 들리는 우주


2장과 3장, 5장의 제목에는 ‘Fugue’와 ‘Harmony’ 그리고 ‘Blues’라는 음악 용어가 들어있다. 우주를 이야기하면서 음악적 감흥을 느끼는 것은 우리에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조금은 익숙한 느낌마저 든다. 이미 우리는 우주를 음악으로 느끼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기야 우주와 자연은 ‘Synonym(이음동의어)’인지도 모르겠다. 


시각과 청각은 우리의 5감 중에 가장 근접한 감각이다. 보는 감각과 듣는 감각은 거의 동시에 일어나는데 때론 전후가 없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기도 한다. ‘세이건’ 또한 이런 의미에서 우주를 이야기하는데 음악적 용어를 상징적으로 사용하였을 것이다. 밤하늘, 검은 우주를 보며 거대한 음률을 느끼는 것이 위대한 천문학자나 미미한 우리가 비슷하다는 것에 미량의 안도감 마저 들기도 한다. 


2장 ‘One Voice in the Cosmic Fugue(우주 푸가의 한 목소리 – 번역본 ‘우주 생명의 푸가’)’ 에서 ‘세이건’은 구체적인 음악의 형태인 ‘푸가 Fugue’를 인용한다. 


영국 출신의 19세기 음악학자 ‘Ebenezer Prout’는 Fugue를 이렇게 정의했다. 

“A Fugue is a composition founded upon one subject, announced at first in one part alone, and subsequently imitated by all the other parts in turn, according to certain general principles to be here after explained. The name is derived from the Latin word fuga, a flight, from the idea that one part starts on its course alone, and that those which enter later are pursuing it.”[Fugue(1891), Ebenezer Prout, Greenwood Press, NewYork. 1969. CHAPTER I. INTRODUCTION. 3쪽]


“푸가는 하나의 주제에 기초한 작곡으로, 처음에는 한 파트에서만 발표되고, 이후 다른 모든 파트가 차례로 모방하며, 나중에 설명할 몇 가지 일반적인 원칙에 따라 구성된다. 푸가라는 이름은 비행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한 파트가 단독으로 시작하고 나중에 들어오는 파트가 이를 따라간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말을 좀 더 잘 이해하려면 베토벤 현악사중주 '대푸가' Beethoven Große Fuge, Op.133를 들어보라!


‘Harmony’는 고대 프랑스어 ‘harmonie’또는 ‘armonie’와 라틴어 ‘harmonia’(둘 다 여신女神의 이름이다.)에서 유래된 단어로서 ‘귀를 즐겁게 하는 음색의 조합’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3장 ‘Harmony of the Worlds(세계의 하모니)’에서 ‘세이건’은 브라헤, 케플러가 발견한 행성 운행의 법칙을 중심으로 태양계, 더 나아가 우주의 질서와 조화를 이야기한다.   


이를 테면 우주를 표현 함에 있어 ‘하모니’나 ‘푸가’보다 더 적절한 의미의 단어를 찾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번득이는 ‘세이건’의 창의성이다. 구체적인 천문학적 지식이 없는 우리에게 절묘한 조화의 실체인 우주를 설명하는 방법으로 차용된 음악적 용어는 이 책을 덮고 나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매 순간마다 위대한 하모니 혹은 대 푸가가 울려 퍼지는 착각을 가지게 한다.  


화성 Mars을 이야기하는 5장 ‘Blues for a Red Planet(붉은 행성을 위한 블루스)’ 에서는 ‘Blues’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Blues’를 쓴 이유를 알기 위해 먼저 ‘블루스’라는 음악 장르를 이해해 보자.


‘Soul’이나 ‘R&B’보다 더 큰 범주가 ‘Blues’다. ‘블루스’라는 범위에 속하는 음악 장르는 ‘Soul’, ‘R&B’, ‘Gaspel’, ‘Jazz’, ‘Rock’ 등으로 확대되는데 그 특징은 강한 감정과 간절함이 묻어나는 음악이라는 것이다. 알고 있는 것처럼 이 음악은 흑인들, 아프리카가 고향인 노예들이 아메리카로 유입되어 오면서 흑인 고유의 음악에 그들이 살고 있는 아메리카의 풍토가 적절하게 흡수되어 형성된 음악, 즉 ‘블루스’다.


‘블루스’라는 말도 남부 아프리카 사람들이 장례식 때 즐겨 입던 옷 색에서 유래된다. 이 청색의 염료 원재료는 ‘인디고테라 틴토리아’라는 식물이다. (지금도 ‘인디고 블루’라는 색이 있다. 청바지의 색도 이로부터 유래한다.) 흑인 노예들이 아메리카에서 이 식물을 발견하고 두고 온 고향 생각을 하며 그들의 옷에 푸른 물감을 들이고 또 푸른 느낌(아프리카의 멜로디 특히 타악 중심)의 노래를 불렀는데 이런 것으로부터 ‘블루스’라는 장르의 음악이 탄생한 것이다.


화성과 흑인 음악이라…… 교점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또는 무관한 것 같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보이는 붉은 행성 화성은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다가오는 느낌이다. 미지의 세계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무엇인가를 이용하려는 세계인 화성의 느낌이 ‘세이건’에게 ‘블루스’라는 음악을 떠올리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화성에 대한 이야기 중 ‘세이건’의 관심을 끈 것은 에드가 라이스 버로우Edgar Rice Burroughs(1875-1950)가 1912년 연재소설로 발표한 ‘화성의 공주(A Princess of Mars)’이다. 1912년 이 소설이 발표되었으니 100년이 넘은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이나 작가의 우주적 관점은 지금과 거의 다르지 않으며 오히려 지금도 상상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기발한 과학적 또는 우주적 아이디어가 소설에 담겨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세이건’을 매료시켰을 것이다. 여기서 ‘버로우’가 화성을 가리키는 말이 ‘바숨’이다. ‘세이건’은 '버로우'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져 있다. 


화성 Mars에 대한 이야기는 많고 많지만 ‘Mars’가 그리스로 넘어가면 ‘Ares’가 되는데 그 아레스에 대한 이런 이야기가 있다.


그리스 신화의 신들은 인간의 모습과 너무 닮아 신인지 인간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신들이 부지기수다. 그중 ‘아레스 Ares’도 인간의 모습에 가까운 신인데 분류하자면 인간 중에서 양아치에 가까운 신이다. ‘아레스’는 올림푸스 12 신 중 하나로 주신 ‘제우스’와 그 첫 번째 부인인 ‘헤라’ 사이에 태어난 이른바 신들의 왕자이지만 행실이나 태도, 성품 등이 거칠고 안하무인 수준이다. 그가 맡은 영역은 전쟁이다. 역시! 


그런데 그리스 신화에서 이미 전쟁의 신으로 ‘아테나’가 이미 있다. 그럼 아레스는? 둘 다 전쟁의 신이다. 정확히는 ‘아레스’는 순도 100%짜리이고 ‘아테나’는 이것저것 일도 하면서 전쟁의 신도 하는 복합 영역 신이다. ‘아레스’는 군신 그 자체에 몰입된 형태라면 아테나는 정의, 지혜, 평화, 공예 등 여러 다양한 분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로이 전쟁에서 ‘아레스’는 트로이 편을 드는데 전쟁의 신임에도 싸움을 못했는지 보통 인간인 ‘디오메데스’(Diomedes-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으로 아르고스의 왕이다.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에게 상처를 입히고서도 벌을 받지 않은 유일한 속세 사람이지만 아주 치사하게 ‘Ares’는 그의 자손들에게 벌을 내려 복수한다.) 에게 공격을 받고 피를 뚝뚝 흘리며 천지가 울리도록 울부짖기도 한다. 아레스는 줄줄 흐르는 내장을 손으로 잡고 질질 짜며 도망쳤다고 한다. (이 일로 ‘제우스’에게 놀림거리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평판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헤라’의 아들이라 혈통이 좋아서 그런지, 다른 이복형제들이 아버지 머릿속에서 태어나고, 어릴 때 어머니와 함께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생고생을 하고, 심지어 한번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기까지 하는 고생을 할 동안 ‘아레스’는 올림포스 신이 되기까지 고생이라고는 해 본 적이 없다. 그냥 태어나자마자 자동으로 올림포스의 주신 대열에 들어간다. 


그렇다고 ‘아레스’를 우습게 여기면 안 된다. 하루는 ‘아레스’가 ‘아테나’를 숭배하는 국가를 지나가는데 한 남성이 ‘아테나’의 총애를 믿고 ‘아레스’를 대놓고 모욕을 하자 본보기로 자신을 모욕한 남성과 그 국가에 사는 모든 인간들을 모두 몰살시켰다. 그러나 ‘아테나’를 포함한 올림푸스 모든 신들은 ‘아레스’의 행동을 정당하다고 보고 비난하지 않았다. 애초에 신들은 신을 모욕하거나 기만한 것은 그 누구도 용서하지 않는다. 신이 자신을 모욕한 인간을 처벌하는 데에는 다른 신도 말릴 수가 없다. 


성격은 잔인하지만 키도 크고 미남이라 여성에겐 인기가 있었다. 전형적인 허우대는 멀쩡한 미남인데 머리는 바보인 이미지. 간혹 그림에는 우수에 젖은 눈을 한 갈색 머리를 가진 창백한 피부의 미소년이라고 묘사되기도 한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간통하다 걸려서 망신을 당한 사건도 유명하다. ‘아폴론’ 혹은 ‘헬리오스’가 태양 마차를 타고 하늘을 날다가 ‘아레스’와 ‘아프로디테’가 밀회를 가지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아프로디테’의 남편인 ‘헤파이스토스’에게 고발한다. 이후 ‘헤파이스토스’는 몰래 침대에 그물을 설치해 놓았고 그물은 다시 밀회를 가지던 둘을 포박한다. 그걸 구경하던 ‘포세이돈’이 ‘아프로디테’를 딱하게 여겨 ‘헤파이스토스’와 제우스를 설득해 ‘아레스’와 ‘아프로디테’를 부부로 만들고 ‘헤파이스토스’는 좀 더 현모양처다운 님프와 이어줬다고 한다. 


‘아레스’, 즉 ‘Mars’가 바로 화성이다. 전쟁의 느낌과 붉은 화성의 느낌이 일맥상통한다고 옛날 사람들은 생각했던 모양이다. 


초여름 동쪽 지평선에 밤 9시가 넘으면 ‘전갈자리’가 나타난다. 전갈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이 ‘안타레스 Antares’다. ‘안타레스’는 지구와 약 600광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다. 여름 밤하늘에서 16 번째로 밝은 별이다. 실제로 ‘안타레스’는 태양보다 700~800배 정도 크고 태양보다 65,000배나 더 밝은 적색 초 거성이다. 이 별은 밤하늘에서 두 번째로 밝은 용골자리의 ‘카노푸스(노인성)’ 밝기와 비슷하며 밤하늘에서 제일 밝게 보이는 별인 ‘시리우스’보다 실제로는 500배 이상 밝다.(단지 시리우스보다 멀리 있어 어둡다는 이야기다.) 눈으로 보면 붉은색으로 보이는데 그래서 이름이 ‘아레스’보다 밝은, 혹은 붉은 색이 화성보다 강하여 ‘아레스’에 대항하는(Anti-ares) 의미에서 안타레스라는 이름이 붙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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