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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Nov 04. 2023

『코스모스』讀後記(3)


3.     절망의 책 ‘프린키피아’


인간에게는 잘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항상 있다. 이 두려움은 신화와 종교를 창조하고 그 신화와 종교는 다시 우리에게 새로운 형태의 두려움을 제공한다. 인류 역사의 모든 장면마다 이 순환은 늘 유지되고 있다. 


원시 인류에게 밤하늘은 두려움과 신비로움 그 자체였을 것이다. 달에 사람이 가고 화성에 무인 우주선이 가서 지구로 사진을 날려 보내는 지금도, 우리에게 밤하늘은 여전히 신비로움과 두려움의 대상이다. 하기야 그 밤하늘에 달과 화성만 있지는 않으니 여전히 신비롭고 한편으로는 두려운 것이다.


망원경이 발명되기 이전의 마지막 천문학자였던 덴마크 출신의 티코 브라헤는 맨눈으로 이 두려움과 신비로운 밤하늘에서 무려 700개 이상의 별을 발견하였고, 심지어 초신성과 혜성을 발견하였다. 뿐만 아니라 행성 운행의 3가지 법칙을 정리하여, 그의 친구이자 계승자였던 케플러의 행성 운행의 법칙의 기초가 되었다. 케플러의 행성 운행의 법칙은 『Mysterium Cosmographicum』(The Cosmographic Mystery, 우주의 미스터리, 1596), 『Astronomia Nova』(A New Astronomy, 새로운 천문학, 1609) 『Harmonices mundi libri V』 (Harmonice Mundi, 조화의 세계, 1619)에 각각 실려있다. 


브라헤는 점성술을 매우 중요하다고 여겼으며 고귀한 신분들만 이 향유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겼다. 아마도 점성술에 나타난 점괘들이 일반 평민들의 삶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고귀한 신분들의 매우 편견에 가득 찬 우려를 고귀한 신분은 아니었지만 그 주변 언저리에서 살았던 브라헤는 수용했을 것이다. 본인은 분명 점성술에 탁월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뉴턴은 이미 알고 있듯이 인류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업적을 남긴 대 과학자지만 ‘세이건’은 뉴턴에 대해 다소 냉정한 견해를 피력한다. 이를테면 뉴턴의 『Philosophiae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The Mathematical Principles of Natural Philosophy,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 프린키피아, 1687)의 내용 중에는 케플러의 공헌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과학자들 사이에 있을 법한 충만한 자의식이 뉴턴에게 있었고, 그것이 아마도 그런 결과로 나타났을 것인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프린키피아에 대한 불편한 기억이 있다. 한 때 나는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읽으며 절망의 나날을 보낸 적이 있다.


프린키피아 1권(De motu corporum - On the motion of bodies, 물체들의 움직임)을 읽기는 읽었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거의 알 수 없었다. 그때가 30대 초반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프린키피아를 읽어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내 책꽂이에 그저 잘 놓여있을 뿐이다.


맞다. 그들은 인류역사 최고의 천재들이다. 감히 그 천재들과 비교하여 자괴감에 빠지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가? 그러니 애당초 비교할 생각도 말아야 한다.


다만 지식의 바다를 표류하면서 수시로 만나는 이 엄청난 지식의 파도 앞에 놓여있는 초라하고 남루한 나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이 자책과 반성, 그리고 미미함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이 책의 저자 ‘세이건’ 역시 천재이니 우리와 같은 고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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