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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pr 15. 2017

La Vierge de l’hôste, 1854

옛것과 새것, 그리고 찌꺼기

La Viergede l’hôste, 1854. Oil on canvas, 113cm diameter


Jean August Dominique Ingres(장 도미니크 앵그르)의

La Vierge de l’hôste(성체), 1854


프랑스 남부 Midi-Pyrénées(미디 피레네) 주 Tarn-et-Garonne(타헤니 가혼)  Montauban(몽토방)에서 1780년 태어난 Jean August Dominique Ingres(쟝 도미니크 앵그르, 1780~1867)는 프랑스 신고전주의(Néo-Classicisme)의 대표적 화가이다. 


그는 자신이 역사화파의 전통, 이를테면 Nicolas Poussin (니콜라 푸생)과 Jacques-Louis David(쟈크 루이 다비드)의 전통을 이어받았다고 생각했으며 이들의 전통을 유지하는 것을 매우 중요한 사명으로 여겼다.


여전히 중세 회화의 느낌을 유지한 듯 보이는 이 그림은 성모 숭배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성모 숭배는 10세기 이전의 기독교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신앙 형태였다.


하지만 11세기 십자군 전쟁으로부터 시작된 복잡하고 다양한 종교전쟁이 13세기까지 거의 2백 년 가까이 유럽인들을 괴롭혔고 또 이어서 민족주의 전쟁(독립전쟁) 등의 크고 작은 전쟁이 계속되었다. 15세기에는 흑사병이 전 유럽을 휩쓸면서 기독교적 신앙의 방법적 전환으로서 따뜻한 모성애를 느낄 수 있는 성모 신앙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이 그림에서 중앙에 보이는 것은 성체(De l’hôte ; The Host 본래 뜻은 희생)이다. 본래 예수의 육신을 의미하는 빵의 형상이었으나 이 그림에서는 구슬처럼 둥근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러한 성체 형상의 변화는 이교도에 대한 선교의 필요에 따라 여러 모양으로 변하게 된다.


앵그르의 그림은 사진보다 정교하고 완벽한 형태를 추구한다. 그는 “붓의 흔적을 그림에서 완전하게 지워야만 진정한 회화이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매우 정교하고 완벽한 그림을 그렸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La Source(샘)와 La Grande Odalisque (오달리스크)에서알 수 있듯이 피부의 질감과 색채의 톤이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보듯이 완벽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전통은 그가 이탈리아 유학시절 르네상스적 전통에 감명받은 바가 매우 큰데 특히 르네상스 회화의 거장 라파엘로의 영향은 그의 전 작품을 관통하고 있다.


그림에 양편에 서 있는 아이는 아마도 천사일 것이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가는 금선으로 처리된 Halo(광륜 혹은 후광)가 머리 뒤편으로 그려져 있다. 물론 당연히 성모에게도 그려져 있기 때문이데, 이 후광은 중세 성화(聖畵)에서 성(聖)과 속(俗)을 구분하는 필수요소였다. 


하지만 근세로 접어들면서 조금씩 크기와 모양이 달라지게 된다. 앵그르의 이 그림에서처럼 금색 선으로 표현되다가 곧 후광의 존재는 대부분의 회화에서 사라지고 마는데, 이는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근대적 회화로의 전환을 알리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앵그르와 대척점에 서 있는 화가는 다름 아닌 Eugène Delacroix (들라크루아)였다. 들라크루아는 아카데미적 관행을 어느 정도 유보하거나 또는 허물고 새로운 낭만적 회화를 일군 개척자라면, 앵그르는 여전히 아카데미적 전통을 유지하면서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점진적 변화를 이상으로 삼았다. 


두 사람의 예술적 경쟁은 프랑스라는 거시적 틀에서 본다면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는데, 이러한 대가들의 경쟁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노력에 힘 입어 그 뒤 프랑스 회화는 이탈리아라는 영향에서 벗어나 유럽회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되는 계기가 된다. 


장자 이야기


옛것과 새것, 그리고 찌꺼기


제나라 환공이 당상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윤편이 당하에서 수레바퀴를 깎고 있다가 망치와 끌을 놓고 물었다. 


“전하께서 읽으시는 건 무슨 말(言)입니까?” 

환공이 대답했다. 

“성인의 말씀이지.”

“성인은 지금 살아계십니까?” 

환공이 대답했다. 

“벌써 돌아가셨다네.”

“그럼 전하께서 읽고 계신 것은 옛사람의 찌꺼기군요.” 


환공이 말했다. 

“내가 책을 읽고 있는데 바퀴 만드는 목수 따위가 어찌 시비를 건단 말인가! 설명을 하면 괜찮지만 그렇지 못하면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윤편이 대답했다. 

“저의 일로 보건대 수레를 만들 때 너무 깎으면 헐거워서 튼튼하지 못하고 덜 깎으면 빡빡하여 들어가지 않습니다. 더 깎지도 덜 깎지도 않는다는 일은 손짐작으로 터득하여 마음으로 수긍할 뿐 입으로 말할 수가 없습니다.(而應於心 口不能言) ” 


“제가 제 자식에게 깨우쳐 줄 수 없고 제 자식 역시 제게서 이어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늘그막인 70 나이에도 수레바퀴를 깎고 있는 겁니다.  옛사람도 그 전해 줄 수 없는 것과 함께 죽어 버렸습니다. 그러니 전하께서 읽고 계신 것은 옛사람의 찌꺼기일 뿐입니다”


수레바퀴를 만드는 일은 말로 전달해 줄 수 없는 일이며, 성인의 말씀도 옛사람의 찌꺼기에 불과하다. 도(道)는 마음으로 응(應)하는 것이지 입으로 말(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장자 천도(天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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