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2024 천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식 Nov 11. 2023

화치심갱

蘀兮 – 花置深坑(탁혜 – 화치심갱)


尋到期當紅 (심도기당홍) 이윽고 때가 되어 당연히 붉어지니,

和六極五常*(화육극오상) (이는)육극 오상의 조화로다.

不深在不淺 (재불심불천) 깊지도 얕지도 않게 있으니,

無何有壙埌*(무하유광랑) 어떤 것도 없는 아득함이로다. 


2023년 11월 11일 오전. 주말을 보내는 방법으로 가장 완벽한 방법(?)인 산 길을 오래 걸었다. 지난 수요일 비 때문인지 낙엽이 산 길을 덮어 푹신한 느낌을 주니 발길이 가볍다. 아침 햇살이 비치는 붉은 잎을 본다. 자연의 거대한 순환에 단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오랜 세월 동안 유지해 온 변화가, 소리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붉은 잎을 자세히 보며 북송의 화가 곽희(郭熙, 1023~1085)의 ‘화치심갱花置深坑’의 경지를 용사하여 글을 지어 본다.  


화치심갱花置深坑이란 꽃을 회화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는 하되 사면에서 고르게 바라보아야 한다는 의미인데 일반적인 시선과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미학적인 시선에 대한 곽희의 의견이다.    


* 『장자』에서 ‘육극’이란 여섯 방향, 즉 상하와 동서남북이며, ‘오상’이란 ‘木火土金水’, 즉 ‘오행’을 말한다. 

* 『장자』 ‘응제왕應帝王’에 ‘무하유無何有’가 등장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두은문향을 받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