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생각하는 한식날

by 김준식


동짓날이다. 근래에 보기 드물게 추운 날씨다. 세월은 무망하게 흐른다. 벌써 연말이다. 이런!!


두보의 시를 한 수 읽어보자!!


소한식주중작(小寒食舟中作)


佳辰强飮食猶寒(가진강음식유한) 명절이라 억지로 먹고 마시자니 음식이 찬데,

隱几蕭條戴鶡冠(은궤소조대할관) 할관(鶡冠) 쓰고 쓸쓸히 앉아 안석(案席)에 기대네.

春水船如天上坐(춘수선여천상좌) 봄물 맑아, 배는 마치 천상(天上)에 앉은 듯,

老年花似霧中看(노년화사무중간) 노년(老年)에 보는 꽃은, 안개 속 같네.

娟娟戲蝶過閒幔(연연희접과한만) 고운 나비 훨훨 장막 스쳐 지나가고,

片片輕鷗下急湍(편편경구하급단) 여울을 내려가는 갈매기 몇 마리 가볍네.

雲白山靑萬餘里(운백산청만여리) 흰 구름 낀 만여리 첩첩한 청산,

愁看直北是長安(수간직배시장안) 북녘 하늘 저쪽이 장안인 것을......


동지에 뭔 한식 이야기인가! 하지만 동지가 지난 105일째 되는 날이 한식이다. 묘하게 연결되는 날이다.


이 시를 모티브로 김홍도가 그림을 그렸다.


노년화사무중간 '老年花似霧中看' [노년(老年)에 보는 꽃은, 안개 속 같네.]을 화제로 삼았다.


이 시는 두보가 쓸쓸한 말년을 보내던 시절의 시다. 이미 몸도 마음도 시들어가고 더 이상 연고도 없이 동정호 위에 배를 띄우고 거기서 숙식을 하며 지내던 두보의 참담한 말년을 우리는 다음의 시로 잘 알 수 있다. 위에서 말했듯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이 한식이다. 한식은 중국과 우리에게는 친근한 명절이다. 소한식이니 그 전날이거나 뒷날 쯤에 지은 이 시는 당시 두보의 처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소한식이지만 아직은 추위가 가시지 않는 어느 날 찬 음식을 먹는 느낌의 이 시를, 조선의 김홍도는 자신의 처지에 빗대어 자주 암송했던 모양이다. 묘하게 그림의 풍경과 맞아 떨어진다.



신기루처럼 허공에 떠 있는 매화나무를 배를 탄 노인이 물끄러미 쳐다본다. 자세히 보니 배를 탄 사람 앞에는 술상이 차려져 있다. 배를 젓는 노는 아예 없고 단지 종자 한 명이 덩그러니 앉아 있다. 안개에 가려져 있는 절벽 위로 매화나무 서너 그루가 마음대로 가지를 뻗어 있고 거기 몇 송이 매화가 피어있다. 이제 막 겨울이 지났지만 아직은 코끝이 매서운 철에 저 노인은 강인지 호수인지 알 수 없는 공간에 배를 띄우고 또 술을 마시며 문득 떠 있는 매화를 쳐다보고 있다.


종자는 추운 듯 몸을 잔뜩 웅크리고 앉아 있지만 앞에 있는 노인은 전혀 개의치 않고 머리를 들어 매화를 보고 있다. 그가 보고 있는 매화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일찍이 동양의 선비들에게 매화는 至高의 가치를 가지는 꽃이다. 엄동설한의 추위를 이기고 잎보다 먼저 피어나는 꽃의 신비한 자태는 말할 것도 없지만 그 고매한 향기에서 우러나오는 품격은 그들, 즉 동양의 선비들이 마침내 닮고 싶은 그 어떤 理想이었을 것이다.


오죽 했으면 아직 매화가 피지도 않은 계절에 매화를 기다리는 마음이 너무 간절하여 깊은 산속 매화가 어디쯤 피었는지 찾아 나서는 探梅圖를 그린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볼 때 동양의 선비들은 매화야 말로 자신들의 삶을 표상하고 동시에 모든 것의 준거로 삼을 만한 것이었을 것이다. 스스로 은둔자이며 높은 곳에서 세상을 굽어보는 존재임을 자청했던 중국과 우리의 선비들에게 매화꽃과 그 향기는 은둔자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대상이었던 모양이다.


돌연 내 처지를 투영해 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