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畵(심화)마음 그림
巽利爪月孟春夜 (손리조월맹춘야) 부드러운 듯 날카로운 이른 봄 손톱 달,
獨坐望月何哀惜 (독좌망월하애석) 홀로 앉아 달 보니 어찌 안타까운지.
重辭比肩石濤中*(중사비견석도중) 굳이 비유하자면 석도의 마음인가,
思弛虛心待滿月 (사이허심대만월) 생각을 늦추고 마음 비워 보름을 기다리네.
2024년 2월 13일, 음력 정월 초 나흘 달이 떴다. 아직은 날카로운 초승달이다. 홀로 앉아 가만히 달을 보니 세상일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하기야 사람 사는 세상이 순행順行만 있으면 무슨 재미인가! 때론 역행逆行도 하고 또 때론 사행斜行도 한다. 그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다만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변방에 살고 있는 나는, 날카로운 초승달을 보며 ‘석도’를 떠올렸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 늦추고 마음을 비우며 마침내 가득 찰 보름달을 기다린다.
* 석도石濤(1630~1724) 본명은 주도제朱道濟. 석도는 자字. 아호는 청상노인靑湘老人, 대척자大滌字, 고과화상苦瓜和尙 등이 있다. 명나라 방계 왕손으로 명이 망하자 승려가 되어 많은 작품을 남겼다. 말년에 환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