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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4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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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Feb 12. 2024

혼란스러운 세상

迷界*(미계)


凡生者塵坱*(범생자진앙) 무릇 모든 생명은 먼지이니,

附時會而散 (부시회이산) 때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네.

濃稠然稀疏 (농조연희소) 짙은 듯하다가도 희미해지니,

催歸不遑遑 (최귀불황황) 갈 길 재촉해도 허둥지둥 않기를.


2024년 2월 12일 밤. 심각한 먼지 예보가 있는 뿌연 날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먼지가 일상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먼지 하나의 크기래야 우리가 흔히 쓰는 도량형으로는 표현조차 하기 어려운 형편없이 미세한 존재이지만 그 먼지의 개수가 많아짐으로써 마침내 우리 삶을, 그리고 일상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밤이 되자 먼지로부터 비롯된 생각은 삶과 죽음으로 이어졌다. 바람 따라 뭉치고 흩어지니 우리 삶과 다름이 없다. 어느 날 문득 갈 길을 재촉해도 당황하지 않고 담담할 수 있기를.


* 미계: 우리가 살고 있는 혼란스러운 세상.

*『장자』 ‘지락至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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