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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Feb 21. 2024

인식론을 위한 워밍업(15)

인식론을 위한 워밍업(15)


중학교 철학 3, (가제: 인식의 그림자)은 인식론 이야기를 중학생 수준으로 녹여서 이야기하려는 것이 나의 의도인데, 현재 작은 난관에 봉착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중학생 수준은 말할 필요도 없고,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혹은 일반인들에게도 어려운 것이 ‘인식론(認識論Epistemology)’이다. 그 난해한 이야기를 풀어헤쳐서 그중에 이해하기 쉬운 것을 골라 다시 재편하는 일은 만만한 일은 아니다. 당연하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나의 무지와 무능이다. 하지만 더디게 더디게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기는 하다. 


오늘은 앞 선 이야기(테아이테토스 kerinon ekmageion-밀랍 서판, 혹은 새김판의 비유-인식론을 위한 워밍업14)에 이어 로크(John Locke, 1632~1704)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앞선 이야기 속의 ‘밀랍 서판’이 ‘tabula lasa’와 연결되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라이프니츠의 책 『New Essays on Human Understanding』, (원제 프랑스어 『Nouveaux essais sur l'entendement humain』 ‘신인간지성론’, 1765)이 등장했고, 이 책은 로크의 ‘인간지성론’(『An Essa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1690)을 비판하는 내용이니 로크의 ‘인간지성론’을 먼저 톺아 보아야 한다.


로크의 ‘인간지성론’은 BOOK I—NEITHER PRINCIPLES NOR IDEAS ARE INNATE(원칙도 생각도 타고난 것이 아니다.)이 3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BOOK II—OF IDEAS(관념에 대하여)는 3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BOOK I은 일종의 개요로써 전체적인 서술의 방향에 속한다.  


CHAPTER I.—NO INNATE SPECULATIVE PRINCIPLES.(타고난 사색의 원리는 없다.)

CHAPTER II.—NO INNATE PRACTICAL PRINCIPLES(타고난 실천적 원리는 없다.)

CHAPTER III.—OTHER CONSIDERATIONS CONCERNING INNATE PRINCIPLES, BOTH SPECULATIVE AND PRACTICAL. (타고난 실천적 원리 사색의 원리 모두에 대한 이론적 고찰)


If we will attentively consider new-born children, we shall have little reason to think that they bring many ideas into the world with them. 


우리가 새로 태어난 아이들을 면밀하게 관찰해 보면, 그들이 세상에 올 때 많은 생각을 가져온다고 생각할 이유는 거의 없다. 


For, bating perhaps some faint ideas of hunger, and thirst, and warmth, and some pains, which they may have felt in the womb, there is not the least appearance of any settled ideas at all in them; especially of IDEAS ANSWERING THE TERMS WHICH MAKE UP THOSE UNIVERSAL PROPOSITIONS THAT ARE ESTEEMED INNATE PRINCIPLES.


배고픔, 갈증, 따뜻함, 그리고 태내에서 느꼈을지도 모를 고통에 대한 희미한 생각들, 특히 타고난 원리로 여겨지는 보편적인 명제들을 구성하는 조건들에 대한 생각은 그 안에 전혀 나타나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An Essa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BOOK I, CHAPTER III, 2)


즉, 태어난 아기들은 동물적 본능 외에는 가지고 태어난 것이 없다는 이야기로써 ‘tabula lasa’를 주장하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라이프니츠는 그의 책, ‘신인간지성론’에서 이렇게 반박한다. (라이프니츠는 이 책, ‘신인간지성론’을 모두 집필해 놓고 출판되는 것은 보지 못했다. 라이프니츠 사후 60년이 지나서야 책으로 출판된다.)


‘신인간지성론’에는 ‘Philalethe’s와 ‘Theophilus’ 두 사람이 대화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Philalethes’는 그리스 식 가명이고 ‘Theophilus’는 성서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But is it possible that children receive and assent to notions caused from outside them, while remaining ignorant of the ones that are supposed to be innate in them and to be (as it were) parts of their mind, in which they are said to be imprinted in indelible characters? 


그러나 아이들이 외부에서 발생한 관념을 받아들이고 동의하면서, 그들 안에 타고난 것으로 여겨지고 지울 수 없는 문자로 각인된 마음의 일부가 되는 관념에 대해서는 무시할 수 있을까?


This would be to make nature take trouble to no purpose, or at least to do a poor job of imprinting, since its writing can’t be read by eyes that see other things very well.


이것은 자연이 가지는 거대한 수고로움(어떤 목적도 가지지 않는)으로써, 적어도 (아이들은) 자연에 대한 인상은 서툴 수 있다. 왜냐하면 다른 것을 잘 보는 눈이지만 (아직은) 그 글(자연이 제공하는)을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Now, it is not only possible but appropriate that children should attend more to the notions of the senses, because attention is governed by need.


이제, 아이들이 가진 감각의 개념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이것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매우 적절하다. (이를테면) 관심은 필요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New Essays on Human Understanding Preface and Book I, Chapter ii, 25)


라이프니츠는 아이들이 가지고 태어나는 관념 속에는 이미 자연이 제공한 대부분이 존재하지만 아직은 신체적으로 미약하고 동시에 그 관념을 끄집어낼 수 있는 필요가 존재하지 않을 뿐, ‘tabula lasa’ 즉 백지라고는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라이프니츠는 신인간지성론 Book I. 타고난 개념에서 ‘tabula lasa’를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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