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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4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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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Mar 03. 2024

봄 바람

春風


風聲遠近聞 (풍성원근문) 바람 소리 여기저기 들리는데,

擧者其誰邪*(거자기수사) 소리 나게 하는 것은 누구인가?

物自生無所 (물자생무소) 사물은 원인 없이 스스로 생겨나니,

微風卽只和 (미풍즉지화) 산들바람 불면 다만 화답하리라.


2024년 3월 3일 밤. 오늘은 어제 보다 날씨가 따뜻하여 아침 일찍 산을 오르다. 산에 오르니 바람은 이미 봄바람이다. 바람은 여기저기서 부는데 아무런 까닭 없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도 바람이 불어 가는 곳도 모두 우리의 감각으로는 알 수 없는 일이다.봄이 더 깊어져 산들바람이 불어오면 다만 바람 쪽으로 얼굴 돌려 바람맞이하며 화답할 뿐.


*『장자』‘제물론’에 ‘남곽자기南郭子綦’가 제자인 ‘안성자유顔成子游’에게 ‘오상아吾喪我’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상아’란 내가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경지, ‘즉자적卽自的’ 의미의 ‘나吾’가 ‘대자적對自的’ 의미의 ‘나我’를 잃어버렸음을 뜻하는 말이다. 그 경지를 설명함에 비유로 가져온 것이 바로 ‘바람’이다.


“대지가 숨을 내쉬면 그것을 일러 바람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세 가지 바람 소리(천뢰天籟, 지뢰 地籟, 인뢰人籟)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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