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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Mar 20. 2024

시론 2024.3.

1.     역겨움



중국 전국 시대 宋나라 사람 조상曹商은 송나라를 위하여 秦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조상이 진나라에 갈 당시는 송나라 왕이 내린 몇 대의 수레가 있었는데 진나라에 가서 진나라 왕에게 수레 100대를 얻었다. 


조상이 송나라로 돌아와 ‘장자’를 보고 말했다.


“가난한 촌리村里 비좁고 지저분한 뒷골목거리에 살면서 곤궁하여 짚신을 삼아 겨우 입에 풀칠하며 마른 목에 누런 얼굴을 하고 사는 것은 잘 못하는 것이고 만승 대국의 군주를 깨닫게 하여 수레가 100대를 얻는 것은 잘하는 일이 아닌가!”


‘장자’가 말했다.


“진왕秦王이 병이 나 의사를 부르니, 종기를 터뜨리고 부스럼을 없애주는 자는 수레 한 대를 얻고, 치질을 핥아 고쳐 준 자는 수레 다섯 대를 얻으니, 치료해 준 부위가 아래로 내려갈수록 수레를 더욱 많이 얻는다던데 아마도 자네는 진왕의 치질이라도 핥아주었나 보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수레를 그렇게 많이 얻었단 말인가! 얼른 가시게!” 『장자』 ‘열어구列禦寇’


유명한 연옹지치吮癰舐痔의 고사다.


아부阿附, 그리고 곡학아세曲學阿世는 인간의 역사 그 자체다. 지조志操를 지키는 것보다 쉽고 빠른 길이기 때문에 누구나 그 길에 쉽게 빠져들게 된다. 그만큼 지조를 지키기 어렵다는 말이다.


정치의 계절에 우리는 수많은 연옹지치를 본다. 보고 싶지 않지만 보인다. 심지어 그것이 정치라고 강변하는 자들도 본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들이 핥아야 할 피고름이 얼마나 많은 지와 얼마나 오래 그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론 그들에게는 수레 100대가 내려질 것이다.   


2.     안토니오 그람시


“나는 무관심한 사람을 증오한다. 프리드리히 헤벨(독일의 극작가)이 그랬듯이 나는 ‘산다는 것은 지지자(혹은 참여자)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라는 말을 믿는다. 세상에 시민만 존재할 수는 없다. 도시에는 이방인도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살아 있는 사람들은 시민일 수밖에 없으며, 무언가를 지지하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 무관심은 무기력이고 기생적인 것이며 비겁함일 뿐 진정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무관심한 사람들을 증오한다.


무관심은 역사의 죽어 있는 납덩이다. 무관심은 혁신자에게는 납으로 만들어진 공과 같으며, 때로는 매우 빛나는 열정들을 수그러들게 하는 무기력한 물질에 불과하다.” 『나는 무관심을 증오한다』 안토니오 그람시 저, 김종법 역, 바다출판사, 2016. 27쪽.


연옹지치 하는 자들과 그림시의 시민은 얼마나 멀리 그리고 얼마나 가까이 있는 것인가! 


꽃샘 추위가 있는 봄밤 홀로 아득하다. 


돌아갈 곳도 돌아가고 싶은 시간도 없는, 낭패감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무기력의 공기에 점점 질식되는 이 봄.

애절한 바이올린에 마음을 맡긴다. 원인이나 논리를 따질 수 없는 모호한 슬픔이 우리를 떠나지 않는…… 


마크 노플러가 작곡한 이 음악은 영화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에 삽입된 사랑의 테마 “Love Idea" 다. 마크 노플러는 영국 출신의 기타리스트인데 놀랍게도 이렇게 아름답고 애절한 음악을 작곡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8ayzvLZ0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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