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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Mar 31. 2024

데이비드 흄의 인식론(2)

데이비드 흄의 인식론(2)


-관념의 기원과 조합에 대하여-


앞 선 글(관념의 기원https://brunch.co.kr/@brunchfzpe/1795)에서 흄의 생각을 나는 이렇게 정리했다.


‘경험을 통해 받아들인 것을 혼합하고 강화하거나 줄이는 과정은 우리가 사물이나 사태로부터 그것을 인식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으며, 더불어 그렇게 해서 우리에게 수용된 결과물이 바로 인식이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다시 흄은 다음과 같이 보충 설명한다.


첫째, “자신의 생각 중에 매우 복잡한 생각을 면밀히 되짚어 보면 그것들을 이전의 자신이 느꼈던 감각이나 또는 감정에서 비롯된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되어다는 것을 알게 된다.”라고 주장한다. 흄은 이 논리의 예로, 하나님의 개념을 생각해 보면, 그것은 스스로의 정신 활동을 숙고하고 선함과 지혜의 속성을 무한히 확장한 결과이다. 즉 하나님의 존재는 인간이 경험으로 인식한 ‘선함’과 ‘지혜’의 무한 확장판일 뿐이라는 것이다.


둘째, 인간의 감각 기관에 문제가 생겨 특정 감각을 잘 느끼지 못하면 관련된 개념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시각 장애인은 색에 대한 구체적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고, 같은 이유로 청각 장애인은 소리의 구체적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흄에 의하면 관념은 실제 경험과 감각을 통해 우리의 인식에 들어오는데 사람들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다른 감각들을 쉽게 받아들이는 오류를 범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흄은 여기서 하나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간혹 감각 경험이 전혀 없이도 관념이 생겨나는 수수께끼 같은 경우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렇게 주장한다. 


우리 관념 대부분이 반드시 감각에서 비롯되는 원칙이 있지만, 드물게 관념이 완벽하게 감각 경험에서 직접 오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 둔 것이다. 즉 모든 추상적인 관념은 본래 모호하고 불분명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이해력도 약할 뿐만 아니라 유사한 개념과도 쉽게 혼동한다. 따라서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획득된 관념을 다른 관념(유사한 것)으로 연결시키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구체적 용어를 잘못 사용하여 그 용어를 다른 개념에 연결시키는 경우인데, 그렇게 되면 착오에 의한 용어로부터 기인된 관념을 비판 없이 수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Philosophical Essays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제2부 Of the Origin of Ideas, Printed for A. Millar, opposite Katharine-Street, in the Strand. MDCCXLVIII(1748). 25~30쪽 요약
 


관념의 연결(Of the Connexion-미국식 connection- of Ideas.)


이렇게 해서 획득된 관념들은 다시 관념들끼리 연결되어 새로운 관념이 되고, 그것들은 전체적으로 우리의 인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것이다. 그 상황에 대한 흄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먼저 관념과 관념들이 연결되는 것은 몇 가지 원칙에 의해 결정되는데 그것을 흄은 ‘질서’와 ‘연관성’으로 표현하였다. 그리고 그 질서와 연관성은 다음과 같은 일정한 패턴을 가지게 된다고 생각하였다. 


그 처음이 유사성(similarity)이다. 유사성이란 각기 다른 사물, 언어, 관념 속에 포함된 것들 중에 비슷한 관념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연관성의 첫 번째 패턴에 속한다. 유사성은 『Philosophical Essays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의 제4부 Sceptical Doubts concerning the Operations of the Understanding.(이해의 작동에 대한 회의적인 의구심)에서 더 깊이 논의된다.


그다음은 공간의 근접성(Portion of Space)이다. Portion(부분, 할당, 일부)을 근접성(proximity)으로 해석하는 것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적절한 용어를 찾기 어렵다. 공간의 ‘일부’를 서로 공유하려면 필수 요건이 근접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 근접성이라고 이야기해 보는 것이다. 즉 질서와 연관성은 공간의 근접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인과 영향의 관계(Cause and Effect)다. 흄은 역사가들의 역사 서술을 예로 들면서 인류 역사의 발전 과정을 되짚어 보면 원인과 영향(또는 결과)이 반드시 존재하는데 이와 같이 관념의 연결 역시 원인과 영향의 관계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Philosophical Essays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제3부 Of the Connexion of Ideas. Printed for A. Millar, opposite Katharine-Street, in the Strand. MDCCXLVIII(1748). 31~43쪽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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