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를 기다리며

by 김준식

待菊花發(대국화발) 국화를 기다리며


天思愁夢茫 (천사수몽망) 하늘은 시름에 겨워 뿌옇고,

地疲熱浮閃 (지피열부섬) 땅은 열기에 지쳐 이글거린다.

目藏念肅散*(목장념숙산) 눈을 감고 숙산을 생각하니,

心描已菊淸 (심묘이국청) 마음은 이미 맑은 국화 떠올리네.


2024년 9월 8일, 추석을 앞두고 저간의 사정에 따라 처가가 있는 충남에 미리 다녀왔다. 폭염 속에서 먼 길 운전을 하니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다. 9월, 백로가 지났는데 한 낮 34도를 넘나드니 기후 위기를 실감한다. 이렇게 내 노년의 여름은 길어질 모양이다. 시대도 덮고 날씨도 덮다. 이 모든 것을, 안타깝지만 나의 능력으로 어찌할 수 없음에……


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했던 지난 2020년, 21년, 23년 학교에서 국화를 키웠다. 대국과 소국을 4~50개 화분 키우면서 가을을 기다린 기억이 있다. 그 시절, 10월 초부터 국화가 피면 국화 옆에 아이들, 선생님들을 모셔 놓고 사진을 찍어주던 기억이 새롭다. 교사로 돌아오니 국화 키울 틈이 없다. 담임에 수업에 틈을 내기가 어렵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확실히 교장이 교사보다는 시간여유가 더 있는 것이 분명하다.


* 肅散숙산은 중국 원나라의 화가였던 예찬(倪瓚, 1301년~1374년, 주로 아호인 ‘운림’을 더 자주 써서 예운림으로 불린다.)의 그림에 나타나는 의경意境(그림이 주는 핵심 이미지)를 이렇게 불렀다. 그 의미는 ‘냉랭하고 깔끔하다’, 혹은 ‘쓸쓸하고 맑다’는 의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