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지배와 법에 의한 지배
“법률로 규정하면 뭐든지 가능하다는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와 인간의 천부적인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법의 지배(Rule of law)”
언제부터인가 학교와 교육에 관련된 법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니 피할 수 없는 면도 있지만 단지 그 이유만으로 법률이 많아지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학교 현장을 더 복잡하게 하고 심지어 법률 제정이 문제를 심화시키기도 한다. 이른바 ‘법에 의한 지배’가 교육 현장을 지그시 누르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제정 되거나 개정된 교육 5 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헌법’ 22조, 31조는 교육에 관한 조항이다. 학문과 예술의 자유로부터 교육권과 의무교육, 교육의 자주성 및 정치적 중립성, 평생교육 등을 규정하고 있다. 늘 정치적 중립성 해석에서 다양한 다툼이 있다
그 아래에 ‘교육기본법’이라는 법이 있다. 1997년 제정되어 1998년 시행되었고 총 24차례 개정을 거쳐 지난 8.14(2024)부터 시행되고 있는 법이다. 이 법 이전의 법이 ‘교육법’으로 1998년 ‘교육기본법’이 시행되면서 1998년 폐지되었다. ‘교육기본법’은 전체 29조로 된 비교적 간단한 법률이다. ‘교육기본법’의 핵심은 제1장의 3조 학습권, 제2장 교육당사자(학습자, 보호자, 교원, 교원단체, 국가 및 지자체 등) 규정일 것이다.
1997년 12월 제정되고 총 52차례 개정된 ‘초, 중등 교육법’도 있다. 전체 68조로 되어있으며 현재 일반적인 초, 중등 교육의 여러 사항은 다루고 있다. ‘초, 중등 교육법’에는 14개의 시행령(대통령 명령이 있고 시행령 아래에는 교육부 장관의 명령인 시행규칙이 10여 개 있다. 다시 그 아래 행정규칙 예를 들어 훈령, 예규, 고시, 공고와 자치법규, 즉 각 시도 교육감의 시행규칙)이 매우 복잡하게 자리 잡고 있다. 정확한 규칙의 종류나 개수는 별 다른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각 시도 교육청의 요구에 따른 시도 의회 심의에 따라 수시로 제정 혹은 개정되기 때문이다.
이 두 개의 법령과 병렬적으로 2004년 제정되고 27차례에 걸쳐 개정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있다. 이 법 아래 2024년 3월에 대통령으로 시행된 시행령과 행정규칙(2020년 교육부 고시)이 있다. 최근 교권보호를 위해 개정되거나 제정된 법이 있는데 ‘유아교육법’, ‘교원지위법’, ‘아동학대처벌법’이 있다.
그중 ‘교원지위법’(정식 명칭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다.)은 1991년 ‘교원 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이라는 이름으로 제정되어 21차례 개정되어 2024년 3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법이다. 특히 지난해 교단에서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목숨을 잃은 젊은 교사들의 상황을 반영하여 2023년 9월에 제6조(교원의 신분보장 등) ③항이 신설되었다. ③ 교원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4호에 따른 아동학대범죄로 신고된 경우 임용권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직위해제 처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신설 2023. 9. 27.>
이렇게 많은 법령과 규칙, 그리고 고시, 공고가 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교육 현장이 이렇게 많은 법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처음으로 돌아가 현재 교육이 ‘법에 의한 지배’를 받고 있는지 아니면 ‘법의 지배’인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학교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당연히 법에 의해 운영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즉 ‘법의 지배’는 학교 기관의 대전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많은 법령들이 과연 교사와 학생들의 천부적인 자유에서 비롯된 교육을 하고 또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수준의 법인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그만큼 현행 법령이 복잡하고 동시에 다양한 제한규정이 많다.
또 ‘법에 의한 지배’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이라는 대 전제는 물론이고 학교 현장의 교육적 상황을 무시한, 오로지 정치적 논리에서 비롯된 강제와 압력이 법률로 조문화 되어 교육을 통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육부나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도 오류가 있을 수 있는데, 40년 가까이 학교 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대한민국 정부나 교육부의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고 국민에게, 특히 교사와 학생들에게 사과하거나 오류를 시인한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법률에 따라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는 관점인데 이 부분이 바로 ‘법에 의한 지배’의 최악의 문제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