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시집 ‘천운’ 跋文
언제나 깊이 있게 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참 쉽지 않다. 갈수록 천박淺薄해지는 시대를 살다 보니 나 또한 어쩔 수 없이 매일 얕아지고, 매일 흔들리는 삶을 살고 있다. 안타깝지만 솔직한 고백이다.
2014년 처음 시작한 이 작업이 올해로 만 10년이 되었다. 책 권 수로는 11권째 책을 묶는다. 늘 아찔한 경험이지만, 내심 그 아찔함을 즐기는 것도 사실이다. 한자로 내 심상을 표현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는 ‘함축含蓄’이다. 한자는 뜻글자라 글자 하나에 담긴 뜻이 많을 수 있다. 소리글자를 모국어로 쓰는 내가 뜻글자를 이용하여 마음자리를 저장해 놓는 작업이 조금 이상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뭐 어떤가! 그렇게라도 저장하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2014년 窮究, 2015년 座馳, 2016년 葆光, 2017년 在宥, 2018년 滑疑, 2019년 天倪, 2020년 刻意, 2021년 外物, 2022년 繕性, 2023년 達生, 2024년 天運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3~4년은 여러 면에서 도전의 해였다. 정년 2년을 남겨 둔 시점에 교장 임기가 끝이 났고 고민과 유혹(?) 끝에 교사로 돌아와 안정을 찾았다. 그 복잡한 시기에 쓰인 한시이기에 때로 난해한 척하고 때로 현학적으로 보이기도 하며 때로 심원한 척 글을 썼다.
아직 10월 말까지는 약 한 달이 남아 있다. 한 달이면 5~6편의 시를 쓴다. 그러니 올해도 70여 편의 시를 묶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제목 ‘천운’을 떠 올리며 우주의 운행처럼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한 관찰과 그 관찰에서부터 오는 잔류물을 기록으로 남길 것이다.
맹자는 “그 사람의 시를 읽으면서 그 사람을 알지 못한다면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맹자』 만장萬章 下) 2014년 이래 지난 10년 동안 여러 분들에게 이 책을 선물했다. 그 동안 이 책을 받으시고 나에게 책 내용에 대해 진지하게 말씀하신 분은 손에 꼽을 만큼 극히 소수다. 왜 말씀이 없는지 정확한 사정은 알지 못한다.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나에게 이야기가 있든 없든 늘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나는, 이 책을 올 해도 여러 분들에게 나눠 줄 예정이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책이 읽히기를 바랄 뿐이다.
2024년 9월 30일 밤, 중범 김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