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천운' 표지를 만들다.
지난해부터 표지에 색을 입히기 시작했다. 올해는 보라색(Purple)으로 만들어 보려고 생각하고 막상 보라색을 사용하니 기존의 제공되는 색이 너무 가벼워 RGB(빨강, 녹색, 파랑)를 조정하지만 만족스러운 고급스러운 색감 구현이 어렵다. 보라색은 ‘화려한(splendid)’의 의미가 있다.
다음으로 제목 ‘천운’을 ‘초서’로 표현했다. 스스로 글자를 쓰고 포토샵을 이용하여 그 글자를 따면서 약간의 변형과 뒤틀림이 있었지만 수용하기로 한다. 다만 걱정은 여러 분들께 드렸을 때 쉽게 알아보시지 못할 것이 조금 두렵기는 하다. 하지만 서문의 내용 중에 충분한 설명이 있으니 ‘초서’로 표기하기로 했다. 대신 나의 이름이나 호는 행서체(이미 폰트화 되어 있음)를 사용하기로 했다.
제일 고민스러운 부분은(지난해 까지는 전혀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이었다.) 10년, 그러니까 10년째라는(책으로는 11권째) 것을 어찌 나타내 보일까 하는 문제였다. 처음엔 한자 癸酉(둘 다 열 번째를 뜻하는 천간과 지지를 함께 써서 10을 뜻한다.)를 쓸까 하다가 대중성이 없어서 아라비아 숫자 ‘10’을 쓰기로 했으나 적절한 폰트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한자와 어울리기 위해 지나치게 현대적이거나 손 글씨의 느낌은 피해야 하고 그렇다고 오래된 느낌이나 옆으로 기운 글자체(속칭 이탤릭 체)를 쓰기도 곤란했다. 마침내 결정한 것이 ‘휴먼 엑스포체’인데 글자가 너무 두꺼워 약간 부조화스럽다.
해마다 이렇게 고민을 거듭하여도 또 해마다 이때가 되면 고민이 깊다. 판매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품평할 것도 아니지만 고민의 가장 큰 이유는 엄정한 자신의 기준을 만족하여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옛날 선친께서 자신의 문집인 민원집(旻原集)의 제호를 쓰시면서 며칠 동안 고민하는 것을 보면서 “글자 세자 쓰시는데 뭐 저렇게 고민할 것 까지야” 하는 생각을 한 것을 떠올리며 해마다 표지를 만들 때마다 돌아가신 선친께 사죄하고 또 사죄한다.
11월이 되어 출력(출판 아님)이 되어 내 손에 잡히는 날…… 아마도 엄청난 후회가 밀려올 것이 분명하다. 해마다 그랬기 때문에…… 하지만 딱 거기가 내 수준임을 또 알아간다.
2024년 10월 4일 햇살 청명한 날 김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