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control), 조정(adjustment), 실행(simulation)
비가 불쑥불쑥 내린다. 고르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쏟아지다가 멈추기를 반복한다. 보통 가을비는 고르게 오는데…… 하기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공간을 가을이라 부를 수 있을까?
6교시 수업을 시작하니 유독 자는 아이들이 많다. 특히 앞 시간에 체육을 하고 강당에서 비를 맞으며 걸어온 아이들이 많아 땀내와 쉰내가 교실에 가득하다. 비가 올 때 모든 통로는 비를 가릴 수 있는데 비 가림이 되지 않는 유일한 장소가 매점이다. 이해한다.
전체 5개 반 아이들이 듣는 선택 수업이라 앞 시간에 수학 수업을 한 아이들도 함께 잔다. 나의 통사정이나 간청 따위는 무용지물이다. 그들에게 화를 낼 수도 없지 않은가!
내가 수업하는 과목은 사회문화이고 오늘 배울 단원은 중간고사 후 첫 시간 문화단원이다.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문화이야기를 쏟아낸다. 갑자기 번개가 번쩍하더니 이내 천둥소리가 우르르 들린다. 이것도 수업의 좋은 소재다. 종교 문화 이야기로 급 주제를 변경한다. 그래도 28명 중 20명은 대충 내 이야기를 듣는다.
한 아이가 질문한다. “물 마시고 와도 ~”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 아이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통제 수단은 더 흥미로운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꺼내 본다. 반응이 꽤 있다. 그중에서 몇 개를 선택하여 재빨리 이야기를 꾸며낸다. 정통 수업 이론은 개나 주라고 그래! 나는 늘 임기응변이 좋다. 일단 아이들이 관심을 보인다. 그 주제를 오래 하면 또 금방 긴장이 떨어진다. 다시 새로운 주제를 골라낸다. 50분 동안 나는 이 일을 여러 번 시도한다. 일단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순간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이런 조정은 언제나 어렵지만 동시에 언제나 살아있는 수업이 된다.
종이 쳤다. 나의 50분이 정신없이 흘렀다. 28명의 남자 고등학교 2학년 아이들이 62세의 남자 어른과 한 시간을 잘 놀았다. 마지막까지 자는 아이는 6명, 하지만 22명의 아이들은 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
자뻑이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