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gro ma non troppo
11월 20일 아침
아침 최저 기온이 3~4℃, 11월 중순에 적합한 기온이다. 출근길에 자동차들이 하얀 배기가스를 뿜고 안개는 스멀스멀 움직이고 있다. 정확히 이 지점이다. 그런데 기분은 몹시 우울하다.
사실 이즈음 세상 분위기라면 우울해질 수밖에 없지 아니한가?
거기다가 미량의 개인적 회한이 밀려오는 이 겨울날 아침……
살아갈 날들이 살아온 날들보다 적어지는 나이가 되면서, 미래는 화려한 희망과 빛나는 목적지가 아니라 지나온 날들보다 약해지고 초라해지는 일만 남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한다. 그런 자질구레한 생각을 자양분으로 하여 곰팡이처럼 퀴퀴한 냄새를 피우며 눈 깜짝할 사이에 번지는 것이 지금의 우울이다. 이 상황을 막아낼 특별한 방법이나 대책도 별로 없지만 사람들은 딱히 그것을 적극적으로 막아낼 수도 없는데 그 이유는 너무 빠르게, 어떤 예고도 없이 어느새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최소한 우리에게(나에게) 있어 지나온 날들이 화려하지 못했다면 앞으로도 당연히 화려하지 않을 것임은 지극히 당연한 사실인데, 우리는 별 가능성이 없는 희망을 미래에 부여하고 살아간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라는 다분히 의도적인 가설을 철석같이 믿으며, 오늘과 비슷하거나 혹은 조금 못한 내일을 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희미하고 작은 희망이 마음에 있으므로 또 다른 에너지를 스스로의 몸속에서 마음속에서 이끌어 내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가 문득 도덕경에서 위안을 찾는다. 도덕경 45장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大成若缺 其用不弊, 大盈若沖 其用不窮. (대성약결 기용불폐, 대영약충 기용불궁.)
큰 이룸은 모자란 듯하지만 그것을 사용함에 폐단(부족함이나 잘못됨)이 없다. 큰 채움은 텅 빈 듯하지만 그것을 사용함에 다함이 없다.(도덕경 45장 부분)
내가 큰 이룸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이루어가고 있음에 힘이 되는 말이다. 내가 크게 채울 수도 또 채우지도 못했지만 쉼 없이 채우고 있음에, 스스로 의지가 되는 말이다.
제목에 쓴 Allegro ma non troppo는 악상(템포) 기호다. 이탈리아어에서 Allegro의 본래 뜻은 ‘기쁘다’라는 의미가 있다. 의미 그대로 풀이하자면 Allegro는 기뻐서 빨라지는 느낌을 표현한 기호다. 하지만 ma non troppo로 제한한다. 너무 지나치지 않게.
우울은 늘 까닭 없다. 모든 조건이 우울로 변할 수 있다. 하여 늘 스스로에 대한 위로와 격려 동시에 엄정한 조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