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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1일 새해인사

by 김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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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1일 새해인사


1.


근대 국가 이전의 왕들은 혈통 중심이었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는 일반인과 다른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일반인을 규제하는 법의 통제 밖에 있었다. 따지고 보면 초기의 법이란 그들, 왕족이나 귀족이 누군가(民)를 통제하기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에 '법의 지배(Rule of law)”는 자신들과 무관한 것이었다.


근대 시민 혁명은 법 위에 군림하는 이러한 특권층을 타파함으로써 누구도 예외 없이 법의 지배 안에 있게 하는 것이었다.


그 법의 수호를 담당하는 기관이 사법부이고 권력분립의 원칙아래 입법, 행정(일반적인 3권 분립 하에서)은 서로를 견제하는 동시에 존중하는 근대 입헌주의 체제가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1948년 대한민국 제헌 헌법 이래로 명문화된 3권 분립이 2025년 엉뚱하게 위협받고 있다. 피의자(범죄의 혐의를 받고 있는 자)가 국민의 위임에 기초한 헌법에 명시된 영장주의를 무시하고 있다. 즉 사법부가 발부한 영장을 억지 논리를 대며 거부하고 있다. 그 피의자는 한 때 행정부 소속의 준 사법기관인 검찰의 우두머리였고 (아직) 대통령으로 있는 자다. 대통령은 국헌을 준수하겠다는 취임 선서를 할 뿐만 아니라 그의 모든 행동은 엄밀하게 헌법 안에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지금 하는 행동은 마치 근대 이전의 왕족 흉내를 낸다. 법의 지배를 거부한다. 참 어이없고 황당하다. 63년을 살면서 꿈에도 몰랐다. 내가 이런 사태를 보게 될 줄이야!


2.


올해는 푸른 뱀의 해다. 甲乙이 청을 뜻한다. 을사년은 목생화木生火다(화풍정火風鼎). 겉으로는 목생화로 장작에 불이 잘 붙어 솥을 가열하는 상이니 상생의 형국이다. 하지만 불길이 잘 타오르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갈등도 있을 수밖에 없다.


올해 연하장은 그 푸른 뱀과 눈앞의 산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표현했다. (이전 해는 꺾은선으로 산만 표시했던 것과 비교해서) 그 옆에 상광祥光(기운이 좋은 빛)을 쓰고 밑에는 처처시호처 處處是好處(곳곳이 좋은 곳; 운문 문언 선사의 선시)를 썼다. 올해 건강하고 아름다운 정치가 사람들을 어루만지는 해가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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