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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 지락

胡蝶夢

by 김준식

胡蝶夢


春風間間吹 (춘풍간간취) 봄바람 사이사이 불더니,

一夜梅花發*(일야매화발) 밤새 매화 피어나네.

自覺白否當 (자각백부당) 분명 아닌 줄 알았지만,

仿從夢到晗 (방종몽도함) 꿈 따라 헤매다 날이 샜네.



2025년 1월 7일 오전. 2025년 올해 첫 시를 지었다. 나라가 조금 혼란스러우면 그런대로 시가 지어진다. 지나온 10여 년이 그러했다. 하지만 2024, 2025년 연말과 연초는 내 삶에서 처음 겪어보는 혼선이다. 하여 이런 조잡한 시를 짓는 것도 애를 써야 되니 참 안타깝고 화가 난다. 오래전부터 악에 대하여 생각하기를, 참 끈질기고 무뢰無賴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주 뻔뻔하고 견고함까지 갖추니 참으로 선이 악을 이기기 어려워지는 형국이다.


어제저녁에는 세상 돌아가는 일로 머리가 복잡해져 잠들었는데, 꿈속에서 ‘장주’처럼 나비를 보았다. 하지만 나는 ‘장주’처럼 내가 나비가 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나는 ‘나’이고 나비는 ‘나비’였다. 단지 매화가 피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알 수 없는 곳을 밤새 헤매고 다녔다. 꿈속에서도 이건 꿈이다! 이건 분명 꿈이야!라고 생각했지만 아침이 되어서야 겨우 잠에서 깼다.


* 一夜梅花發은 중국 성당 시대 盧仝(노동)의 시 有所思에서 차운함. ‘노동’은 茶를 사랑한 시인으로 그의 차에 대한 사상이 잘 나타난 칠완시七碗詩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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