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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시간(18)

by 김준식

존재와 시간(18)


현(Da, 거기에)의 실존론적 구성


- 처해 있음의 유형, 공포


거기에(Da) 있음은 곧 거기에 ‘처해 있음(Befindlichkeit, 정상성情狀性[1])’이다. 달리 말하면 세계에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정서적 상태, 즉 기분, 혹은 분위기(독 Stimmung, 영 atmosphere)[2]가 바로 처해 있음이며 다른 표현으로 정상성인 것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존재자들과 교섭하며 살고 있다. 그 교섭의 속성에 대해 하이데거는 자신 만의 용어와 분류로 현존재와 가용적 존재자, 그리고 존재들과 교섭 유형에 대해 설명한다.


먼저 ‘두려움(furcht 공포)’이다. 하이데거는 공포를 세 가지 관점으로 분류한다. 먼저 ‘공포의 대상’, 그리고 ‘공포 그 자체’, 마지막으로 ‘공포의 이유’다.


먼저 ‘공포의 대상’에 대한 하이데거의 생각을 살펴보면, 공포의 대상, 즉 ‘두려운 것’은 세계 내부에서 만날 수 있는 ‘눈앞의 것’과 ‘손 안의 것’ 그리고 공동 현존재의 존재 양식을 가진 모든 것들이다. 그것들의 속성은 6가지로 분류된다.


1. 만나게 되는 그것들은 유해함(Abträglichkeit)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2. 이 유해함은 특정 부분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

3. 그 영향력이란 그것에 대해 이미 알고 있지만 매우 ‘기분 나쁜(nicht geheuer)[3]’ 것이다.

4. 그러한 기분 나쁜 상황이 아직은 멀리 있어 (지금은) 통제할 수 있지만 그것이 가까워오면서 다가오는 유해함에 대한 위협을 느끼게 된다.

5. 이러한 가까워옴은 분명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이고 그것이 유해할 것이라고 추정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은 은폐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이 현실로 일어날 것인가 혹은 일어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추정이나 가정이 증가한다.

6. 가까워지는 위협이 일어날지 혹은 일어나지 않을지에 대한 가능성을 대한 생각을 하면서 오히려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두려움을 증대시킬 수 있다. [4]



두 번째 ‘두려움 그 자체’이다. 두려움 그 자체는 이렇게 규정할 수 있다. 두려움의 대상으로 규정된(위 1~6) 것들이 자신에게 다가오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는 상황[5]이다. 이를테면 현존재들은 다가 올 위협(혹은 재난)이 확인된 이후에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러한 사태나 상황 이전에 두려움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발견되는 두려움을 자신은 명백하게 규정해 놓는데 이러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둘러봄’[6]에 있다. 이 둘러봄은 사실 두려움 속에 있다. 현존재가 처해 있는 모든 가능성으로서의 두려워함은, 자신의 공간 속에 이미 두려움이 다가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인데, 이 다가올 수 있음은 세계-내-존재인 현존재의 근본적인 실존론적 공간성에 의한다면 그 어떤 제한성도 없게 된다.[7]이 상황이 바로 두려움 그 자체다.


쉽게 말한다면 두려움(공포)이란 실제로 그 상황이 다가와서 겪을 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상황을 자유롭게 예측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일종의 가능성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포의 이유’인데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공포의 이유는 현존재 자체에 있다. 즉 현존재 자체에서 이미 공포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존재의 특성인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하는 자로써 피할 수 없는 속성이므로 현존재만이 공포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이것은 현존재를 그의 ‘거기에’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또 하나의 증거이기도 하다.




[1] Befindlichkeit를 이기상은 ‘처해 있음’으로 번역하고 소광희는 ‘정상성’으로 번역하였다. Befindlichkeit의 사전적 의미는 영어 ‘state of being’ 즉 ‘존재 상태’를 의미한다.




[2] SZ 11판, 1967. 134쪽.



[3] 이기상은 ‘섬뜩하다’로 번역한다.




[4] 앞의 책 140~41쪽.




[5] 제한하기 어려운, 즉 나의 의지로부터 자유로운 허용




[6] 둘러봄이란 현재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7] 앞의 책 141쪽


그림은 Die Lebensstufen(The Stages of Life), 독일 낭만주의의 거장 Caspar David Friedrich의 1835년 작품. 라이프치히 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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