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니……
중학교 철학 4의 작업이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중학교 철학 1,2,3이 각각 2쇄로 멈춰있는 상황에서 다시 4를 쓰는 나 자신이 참 용감하지만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므로 쓰기를 멈출 수는 없다. 2022년 5월 중학교 철학 1을 내고 9개월 만에 2쇄를 찍었을 때 출판사 부장님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각난다. 이제 2쇄를 찍는다니…… 하면서 내가 볼 멘 소리를 하자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
“선생님 책은, 일단 그림이 하나도 없고, 삶에 대한 지침서나 전혀 새로운 내용도 아니고, 또 색다른 경험담은 더더욱 아니고…… 고리타분한 철학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그것도 중학교라는 제한을 걸어 놓은 교과서에 가까운 책을……. 그렇다고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 쓴 것도 아닌데 2쇄를 찍었다는 것은 거의 기적입니다.”
그런가?
이번엔 더 어렵다. ‘실존’이라는 엄청난 주제도 어렵지만 ‘키르케고르’나 ‘하이데거’는, 돌이켜보면 나 역시 요리조리 피해 온 철학자들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피할 수 없음을 알았고 중고생, 나아가 성인들에게 '실존'의 치열함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말랑 말랑한 철학적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메타포를 줄 수도 있다. 그러면 책도 잘 쓰이고, 쉽고, 어쩌면 판매도 잘 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길을 가지는 않겠다. ‘실존’과 ‘하이데거’ 그리고 ‘존재와 시간’과 매일, 그리고 매 순간 진검 승부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