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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저녁 무렵

by 김준식

데이비드 흄(1711~1776)이라는 소코틀랜드 출신의 철학자가 있다. 그가 태어나 곳은 에든버러 론마켓 주변인데 현재도 론마켓에는 야채와 생선류를 판다. 태어날 당시 흄의 이름은 홈(home)이었다.(23세 때에 흄으로 바꾼다.) 이 철학자의 남아있는 사진을 보면 매우 푸근하게 생긴 아저씨인데 그가 남긴 저술이나 사상은 매우 정교하고 심지어 예리하다. 그를 일반적으로 분류하는 말은 극단적 경험주의자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그의 책을 읽다가 한 부분을 소개한다. (『Philosophical Essays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제4부 Sceptical Doubts concerning the Operations of the Understanding, Printed for A. Millar, opposite Katharine-Street, in the Strand. MDCCXLVIII(1748). 42~54쪽 요약.)


이해력의 작동에 대한 회의주의적 의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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흄은 인간의 이성으로 살펴볼 수 있는 주제는 관념 관계와 사실문제(Relations of Ideas and Matters of Fact)의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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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념의 관계(Relations of Ideas)는 대수학이나 기하학처럼 분명하게 입증 가능한 것으로써 실체가 존재하지 않아도 논리적 사고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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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실문제(Matters of Fact)는 관념의 관계 같은 수학적 방식으로는 확증되지 않거나 또는 확증할 수 없는 문제를 말한다. 심지어 사실문제에서 도출된 진실이라 하더라도 그 확신은 관념의 관계와는 다른 종류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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흄의 주장은 결국 이렇게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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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물 간의 연결 지식이 선험적 추론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일관되게 연결된 특정 사물을 관찰함으로써 오직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확신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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흄은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다양한 예시를 통해 설명한다. 이를테면 결과가 복잡한 메커니즘이나 숨겨진 구조와 연관되어 있을 때, 그 사실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오로지 경험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우유나 빵이 인간에게는 좋은 음식이지만 사자나 호랑이에겐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명확히 설명하는 이는 없다. 다만 경험이 그것을 증명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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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흄은 한 발 더 나아가 모든 결과는 원인과 거의 독단적(혹은 독립적, arbitrary)이라고 주장한다. 즉 원인만 가지고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그 원인에 대한 최초의 관념은 순수한 추측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이런 주장에 도달한다. “관찰이나 경험 없이 어떤 사건을 찾아내거나 원인과 결과를 추론하는 것은 소용없다.” 극단적인 경험론으로 치닫는 흄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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흄이 이러한 논리의 예시로 제시한 것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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흄에 의하면 지식이 부족한 농부, 아주 어린아이, 동물까지도 경험을 통해 배우고 결과를 관찰하면서 주변 사물의 특성을 파악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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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아이가 촛불에 손을 데고 난 후에는 촛불을 조심하게 되는데, 그 원인은 다음과 같은 작용에 의해 비롯된 것이다. 즉 아이는 촛불에 가까이 다가갈 때 이전의 데었던 통증을 떠 올리며 같은 통증을 겪지 않기 위해 촛불로부터 멀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촛불과 그 촛불에 덴 이해가 아이의 인식 속에서 논리적으로 분석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즉 아이의 촛불에 대한 태도는 경험에 완벽히 의존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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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이러한 흄의 논리에 빠져 영국의 다윈주의자들은 곤충에게도 경험이 축적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가 프랑스의 파브르에 의해 공격받는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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