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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 지락

흐린 날 쉼을 누리다.

by 김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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曇日享休憩(담일향휴게) 흐린 날 쉼을 누리다.


閒暇中雨嬥 (한가중우조) 별일 없는 중에 비 오락가락,

天山遯然去*(천산둔연거) 숨어 있어도 세월은 흐르네.

日光上厚雲 (일광상후운) 두꺼운 구름 위 햇살,

現時不憧且 (현시부동저) 지금은 그립지 않네.


2025년 5월 16일 아침. 학교 체육대회가 있는 날. 비가 오는 관계로 강당에서 체육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 함성이 아득히 들리는 날, 나는 별일 없이 쉬고 있다. 교사가 수업이 없음을 좋아하다니!


* 천산둔天山遯: 『주역』 ‘둔遯괘’의 ‘둔遯’은 ‘퇴退’, ‘피避’, ‘거去’의 의미로 얾매임 없는 여유를 의미한다. 여기서는 숨어 있음으로 풀이했다.


* 且를 ‘머뭇거리다’로 혹은 어조사로 사용하면 ‘저’로 읽는다.


* 그림은 A.I. 가 그린 ‘석도’ 풍의 비 오는 날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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