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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 지락

큰 소리는 들리지 않네.

by 김준식

宏宏不聽 (굉굉불청) 큰 소리는 들리지 않네.


綠芽厪芿枝 (녹아근잉지) 푸른 싹, 나뭇가지에 겨우 돋아,

微衰早宂憂 (미쇠조용우) 여리고 약해 미리 쓸데없는 걱정.

偢山豈徒哉*(초산기도재) 하릴없이 산을 돌아보니,

旣溢綠水充 (기일녹수충) 푸른 물 가득하여 이미 넘치네.


2025년 5월 21일 오전. 바쁘지 않은데 산 볼 틈이 없다. 올봄, 몸이 도와주지 않아 산에 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여 이른 봄 새싹을 보며 괜한 걱정을 한 적이 있다. 날씨가 순조롭지 않아 (쓸데없이) 염려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산을 보니 내 걱정이 얼마나 쓸데없었는지 알았다. 이미 거대한 소리를 내며 넘쳐나는 푸른 숲이 거기 있었다. 물론 너무나 고요하게!


* 『論語集註』 양화陽貨 第十七에서 차운함. 『論語集註』는 주희朱熹가 『論語』의 章句에 대한 선대 학자들과 자신의 주석을 모아 엮은 책을 조선에서 다시 간행한 것이다. 고려 후기에 이르러 중국에서 전래됨에 따라 고려말 권부權溥 에 의해 간행된 뒤, 꾸준하게 중앙과 지방에서 간행되고 광범위하게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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