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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ax(affair) of sokal

by 김준식

The hoax(affair) of sokal


중학교 철학 4의 핵심 내용은 실존이다. 내용이 어렵다. 독일어로 된 하이데거 원전을 번역하신 분들도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 단순히 어렵다는 말로 표현이 어려운 다양한 관문이 있다.


이 실존을 중학교 철학 시리즈에 소개할 것인가를 두고 개인적으로 2~3달 정도를 고민했다. 처음 철학을 대하는 사람들에게 실존은 거의 뜬구름 같은 이야기에 가깝다. 그럼에도 어렵사리 어찌어찌하여 책을 냈다. 일종의 의무감 같은 것이라고 해 두자.


책이 어렵다는 말을 하니 20세기 초 과학철학사에 유명한 사건이 생각난다.


뉴욕대학교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물리학 교수인 앨런 소칼(Alan David Sokal)이 문화 연구 학술지인 소셜 텍스트(Social Text)에 논문을 제출했다. 논문 제목은 "경계를 넘어서다: 양자 중력의 변형적 해석학을 향하여"("Transgressing the Boundaries: Towards a Transformative Hermeneutics of Quantum Gravity")라는 대단히 현학적인 제목으로 양자 중력이 사회적, 언어적 구성물이라는 논지의 논문이었다. 논문은 별문제 없이 저널에 실렸는데 3주 후, 소칼은 Lingua Franca 잡지에서 해당 논문이 조작된 것이라고 밝힌다.


소칼의 의도는 이러했다. 당시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을 아주 우습게 만드는 것이었는데…… 이 논문을 게재한 저널(소셜 텍스트)은 당시 대표적인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의 잡지였고, 여기에 각주가 100개나 되고 참고 문헌이 200개가 넘는 기이한 논문을 제출하여 게재되는지를 시험한 것이었다. 잡지에 실린 논문이 사기라는 사실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과학자들에게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자기들을 힘들게 만들었던 인문학자, 철학자들에 대한 열등감(인문학자들 혹은 철학자들의 글을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몰라 느끼는 당혹감)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된 듯했다. 이 사건으로 과학자들은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했을 것이다. "그 봐 내가 뭐라고 했어! 과학에 대한 글인데도 인문학자나 철학자가 쓴 글을 우리가 그동안 이해를 못 한 것은 그들이 의미도 모른 채 횡설수설했기 때문이었어! 그들이 심오하거나 우리가 멍청해서가 아니었다고!('과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장대익 저 김영사. 2017. 189쪽)


어려운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소칼의 사기극은 그의 의도대로 과학철학을 하던 사람들, 그리고 인문학자들(당시 대표적으로 소칼이 공격하려 했던 사람은 라캉이었다.)의 글을 읽고 이해하지 못했던 여러 대중들에게 매우 상쾌한 소식이었을 것이다.


다시 중학교 철학 4로 돌아와 나의 글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하이데거가 어려웠다. 나도 잘 이해되지 못하는 것(원전을 읽어도 한글 번역본을 읽어도)은 나름대로 해석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석한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안심하시라! 소칼의 날카로운 지적처럼 어쩌면 하이데거가, 아니면 내가 뭣도 모르고 횡설수설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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