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심극미窮深極微
超出陰陽外 (초출음양외) 음양 밖으로 벗어나니,
䎘容到永劫 (숙용도영겁) 날개 짓 영겁에 이르렀네.
空假本一體 (공가본일체) 공과 가는 일체이니,
慌鑑此幽寂 (황감차유적) 황홀한 반영은 그윽한 고요로다.
2025년 7월 28일 밤. 폭력적인 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며칠 전 존경하는 정봉채 선생의 페북 포스팅에서 절묘한 사진을 보고 시를 지어 올리겠다고 말씀드리고 사흘이 지나 오늘 문득 생각이 났다. 더위 때문에 정신이 흐려진 탓이다. 물새 한 마리가 영원인 듯 선생의 렌즈 속에서 멈춰있고 물 빛은 그것을 희미하게 반영시키고 있다. 이 사진으로부터 나는 中觀을 떠 올렸다.
중관(사상)은 인간 언어논리의 진실성을 부정한다. 하지만 언어 없이 어떤 깨달음도 전달할 수 없다. 정봉채 선생은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제공하셨는데, 그 도구가 바로 사진이라는 것이다. 언어와 사진을 바꿔 놓은 것이다. 이 사진 하나로 우리는 자연의 질서와 우주의 묘법을 희미하게 볼 수 있다. 그 단서를 선생께서 사진으로 제공하신 것이다.
* 궁심극미窮深極微: 주희朱憙와 여동래呂東萊가 쓴 정주학의 입문서이자 기초인 근사록에서 요 순의 도를 뭉뚱 거려 이렇게 표현했다.
* 공가空假: 공의 진리와 가假의 진리를 별개적으로 체득하는 것이 아니고, 공空과 가假는 둘인 듯 하나이고 하나인 듯 둘의 원리를 체득하는 데에 있다. 이것이 부처의 근본 가르침인 중도中道이며 동시에 중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