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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 지락

獨得玄門*(독득현문)

by 김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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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得玄門*(독득현문)


柬華就獨綻 (간화취독탄) 난초 홀로 피어나니,

相入而相卽*(상입이상즉) 상입과 상즉이로다.

不喥且暫時 (부도차잠시) 잠깐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라!

微香提超極 (미향제초극) 미묘한 향기 깨달음으로 이끄네.


2025년 8월 13일 오후. 방학 중, 학교 내 자리 위에 있는 난초가 작년에 이어 다시 꽃을 피웠다. 개학 후에 보니 3송이는 이미 꽃잎을 열었고 맨 위 한 송이는 벙글고 있는 중이었다. 참으로 수승하다. 지난해 교장에서 교사로 돌아와 아주 미세한 충격에 한 해를 보낸 나를 위로하더니 정년을 며칠 앞둔 지금 다시 꽃을 피워 나를 위로하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나에게 온 지 2년이 넘어 여전히 푸른 촉을 올리고 꽃을 피움에 놀라움과 고마움, 그리고 가르침을 얻는다.


* 독득현문獨得玄門: 중국의 오대(5대 10국 시대- 당 멸망 후 송나라 건국까지 약 50년 정도의 혼란 시기) 시대 후량의 화가였던 형호荊浩의 회화 창작이론서인 『산수수필법』(줄여서 산수록, 또는 필법기)에 있는 말이다. 노장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되는 여러 가지 회화의 도를 이야기하는데 그중 하나가 ‘독득현문’으로서 그 뜻은 ‘홀로 현묘한 경지를 터득함’이다.


* 상입상즉相入相卽: 모든 현상의 본질과 작용은 서로 융합하여 걸림이 없다는 의미이다. 즉, 주관과 객관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나와 너, 인간과 자연이 일체가 된 마음과 현상, 보는 주관도 없고 보이는 객관도 없는, 현상계의 모든 사물이 서로 차별하는 일이 없이 일체화되고 있으며, 상호개입과 상호연계 돼 있다는 존재양식을 일컫는 화엄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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