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025 지락

만월

by 김준식

滿月


幽彩萬衆樂 (유채만중락) 그윽한 달빛에 모두 즐거우니,

娥孤沖心卓 (아고충심탁) 깊고 넓은 세상에 달만 외롭구나.

鵬翼蓋天下 (붕익개천하) 붕새 날개 천하를 덮을지라도,

晟月不蔽敢 (성월불폐감) 달빛 함부로 가리지 못할지니.


2025년 10월 6일 밤. 추석인데 날이 흐려 달 보기가 어렵다. (달이 있다고 가정하고 글을 썼다.) 하지만 저 구름 위에는 달이 홀로 환할 것이다. 비록 잠시 구름에 가리고 가려 있으니 세상이 어둡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달은 밝다. 구름이 가릴 뿐이다.


사진은 지난해 추석 때 쓴 글이다. ‘玄同’은 말 그대로 현묘한 같음이다. 현묘하다는 말은 의미는 매우 다양할 수 있지만 결국 道와 비슷한 뜻으로 볼 수 있다. 즉 ‘현동’이란 세속의 기준이 사라진 본래 상태로서 근원적인 균형의 상황이라고 상정해 볼 수 있다. 도덕경에서 말하는 현동은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로 풀이한다.


* 붕새: 『장자』 첫머리, 소요유에 등장하는 큰 새다. 차갑고 어두운 북해에 사는 거대한 물고기 곤鯤이 변하여 새가 된 것으로 바닷물의 흐름이 바뀌면 머나먼 남명南冥(남쪽에 있는 큰 바다)으로 옮겨간다. 이때 높이는 3천 리에 이르고 멀리는 9만 리에 이르러 하늘에 닿으니 6개월을 한 호흡으로 삼는다. 여기서 북쪽 바다(북명北冥)는 도의 근원이고, 큰 고기 곤鯤은 도의 잠재적 형태다. 붕鵬으로 변한다는 것은, 道에 이르러 초월적 존재가 된다는 것으로서 곤-붕으로의 이행은 道의 진행과정이다. 마침내 南冥은 도의 완성으로서 가장 중요한 의미인 화化에 의해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化는 자연의 순환 그 자체다. 동시에 거대한 전환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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