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한민국, APEC, Subservience…… 슬픔.
로마 시대 속주(provincia)와 식민(Colonia) 시(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속주는 총독이 파견되어 통치하는 곳이고 식민 시는 로마 시민을 이주시켜 로마화 시킨 곳이었다. 식민 시를 통해 로마 시민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로마에게 충성을 유도했다.
로마의 속주란 원칙적으로 이탈리아 밖의 로마 지배 지역이라는 지리적 의미를 갖게 되는데 엄격하게는 로마의 영토는 아닌 곳이다. 공화정 때 시작된 이 제도는 이탈리아 남부의 시칠리아 섬이 최초의 속주다. 제정 말기에는 브리타니아(현재의 영국)까지 확장되었다. 우리가 흔히 로마제국이라 부르는 그 범위가 바로 로마 속주를 포함한 범위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예수의 탄생지역인 유대(현재의 이스라엘, 가자 지역)도 속주였는데 헤롯왕을 마지막으로 A.D. 6년경에 속주가 되고 총독이 파견된다. 예수에게 십자가형을 선고한 폰티우스 필라투스(흔히 빌라도라 불리는)는 이 지역의 두 번째 총독이었다. 속주민은 통상 생산량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세금을 냈다. 그 외에도 인두세를 냈고 끊임없는 노동력 징발에 시달렸다.
어제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우리는 식민시도 아니고 속주도 아니다. 우리는 독립국가다. 하지만 어제 상황을 보니 좀 슬프다. 세계질서를 좌우하는 초 강대국들 사이에서 우리가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개인적으로 참담함을 숨길 수 없다. 돈으로, 군사력으로 우리를 압박하는 것은 시정잡배, 흔히 깡패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행동과 다름이 없다. 국제질서는 언제나 야만의 질서였고 폭력의 질서였다. 그런 면에서 우리 처지가 더욱 슬프다.
환대가 진정 환대가 되려면 동등한 수준일 때 가능한 것이지 불평등한 경우에는 환대가 아니라 굴종(subservience) 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