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교육

‘학생맞춤통합지원법’에 대한 퇴직자의 걱정

by 김준식

퇴직자의 쓸데없는 걱정(1)


2026년 3월 1일 시행 예정인 ‘학생맞춤통합지원법’에 대한 걱정이다. 법 조문을 읽어내려가면서 벌써 답답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법을 다 읽고 나니 더 답답하고 심지어 화가 난다. 학교 현장을 몰라도 이렇게 모른다 말인가! 교사 출신 국회의원들은 뭐 하나?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들인가? 이건 아니지 않나!


1조의 미사려구는 그렇다 치자. 2조의 내용은 참 어이없다. 2조의 내용을 자세히 보자.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학생맞춤통합지원”이란 학생의 학습참여를 어렵게 하는 기초학력 미달, 경제적ㆍ심리적ㆍ정서적 어려움, 학교폭력, 경계선 지능, 아동학대 등 다양한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소하고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 교육받을 권리 향상을 위하여 이루어지는 지원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가. 제2호에 따른 지원대상학생에게 이루어지는 학습ㆍ복지ㆍ건강ㆍ진로ㆍ상담 등의 지원

(이하 생략)


학교의 역할이 드디어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돌보는 상황에 이르렀다. 물론 교육이라는 말에 그런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 국가의 다른 기관들은 이제 편히 쉬어도 되겠다. 이 법을 제정한 국회의원들은 “학생의 학습참여를 어렵게 하는 기초학력 미달, 경제적ㆍ심리적ㆍ정서적 어려움, 학교폭력, 경계선 지능, 아동학대 등 다양한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소하고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 교육받을 권리 향상을 위하여 이루어지는 지원”이라는 말이 가지는 함의를 알기는 할까?


그냥 미사려구를 쏟아부어 만든 것이라면 이것 참 큰일이다. 심지어 이것은 강행규정이 포함된 법이다. 그 법에 이런 문구를 사용했으니 이것은 교육의 영역을 심각하게 확대 해석한 것이다. 이것을 법령으로 통과시킨 국회의원들의 정신세계가 참 궁금하다. 학교를 어디까지 확장할 셈인가? 위와 관련 있는 정부 부처는 행정안전부로부터 보건복지부, 건설교통부 영역까지 참으로 많은 부처가 직 간접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것만으로 문제이지만 문제는 이 법으로 해서 생겨날 도 의회의 조례, 도교육청 규칙 그리고 관련 기구와 거기서 만들어 낼 규칙, 그리고 그 규칙으로부터 다시 만들어질 것이 분명한 학교 안 기구의 업무는 어찌할 것인가? 따로 행정 사무를 담당할 사람을 채용할 것인지는 몰라도 현행 관례라면 이 부담은 거의 대부분 교사의 몫이 될 공산이 크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인가? 비록 밝혀진 사실은 아니지만 떠도는 소문에 이 법을 연수하면서 우수사례로 교사가 학생의 집수리, 청소, 요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돌까?


새로 임명된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국회에서 세부적인 내용은 잘 몰랐다며 이야기를 흐렸다. 법이 제정되고 공포되는 과정에 교육부는 뭘 했나? 그리고 3월 1일이 시행일인데 교육부 장관은 뭘 하고 있었나? 예산이 필요하면 이미 요구했어야 하는 일 아닌가? 세부적인 것을 몰랐다니……


학교는 이미 업무 포화 상태다. 내가 근무했던 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은 하루 3~4시간의 수업, 그리고 업무 처리에 거의 소진 상태인데 교육부는 이런 법 제정에도 모든 것을 손 놓고 있었다 말인가? 연수만 시키면 모든 일이 진행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직 시행 전 법률이지만 이 법을 시행하는 순간 학교 현장은 아마도 한 동안은 갈피를 잡지 못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시행날짜를 바꿀 수도 없다. 이 법이 시행되려면 이미 존재하는 교육복지사의 업무 범위를 넘기 때문에 새로운 인력 충원이 반드시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 업무가 교사에게 부담 지워질 공산이 크다. 예산은 확보되었는지도 궁금하다. 교육부 장관이 자세하게 몰랐다는 것으로 미루어 새로운 인력 채용의 예산 확보도 되지 않았을 공산이 매우 크다.


교육 복지......국가가 해야 할 일은 맞다. 반드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구체적 방안도 없이 법률만 제정한다고 모든 일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법이 학교를 흔들고 있다. 법이 교육을 흔들고 있다. 충분히 숙고하고 충분히 고려해서 법을 제정해야 하는데 이미 법은 시행날짜만 기다리고 있다.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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