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의 명상

계절, 그리고 시간

by 김준식

1. 변화


햇살이 살가운 토요일 아침이다. 불과 보름 전만 해도 그저 무섭기만 했던 햇살 아니었던가? 그 사이 변한 것은, 나를 감싼 공기의 온도에서 비롯된 미묘한 감각의 변화일 뿐인데, 오늘 아침 삽상한 공기의 촉감은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 이렇게 친절하고 또 부드럽다.


구름은 어느새 높이 올라가 공기의 흐름을 타고 아주 얇게 그리고 간간히 파란 하늘에 흩어져 있고, 짙은 녹색의 들판도 조금씩 빛이 바래고 있다. 나무들 또한 한결같았던 녹색에서 조금씩 그 농도를 조절하고 있으며, 길가 이름 모를 잡초들도 알 수 없는 질서에 따라 꽃을 피우거나 혹은 씨앗을 맺고 있다.


온도의 고저에 따른 사물의 변화는 매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과정의 표현이거나 결과로써 정확하고 동시에 엄밀하다. 다만 그 과정에 있는 부정형의 감각과 그 감각에 기초한 과장 되거나 혹은 왜곡된 감정이 이 엄밀하고 정확한 질서의 일부분을 관찰자인 나는 매우 자의적으로 수용하고 있을 뿐이다.


2. 시간


온도의 변화를 지배하는 확연한 원칙은 시간이다. 시간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근세 과학의 위대한 천재였던 뉴턴으로부터 라이프니츠, 그리고 현대의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시간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어왔지만 그 정의들의 희미한 교집합은 시간이란 ‘일정한 흐름’이라는 것이다.


흐름이란 멈춤이 없는 상황을 말한다. 일상에서 가장 쉽게 발견하는 흐름은 물의 흐름이다. 분명 물은, 흐름으로서 가치를 가진다. ‘물의 흐름’은 많은 함의를 가진 관용적 표현으로 자주 사용된다. 실체적으로 존재하고 우리의 눈으로 확인되는 물의 흐름이, 우리의 관념 속으로 들어와 다양한 형이상학적 비유의 개념으로 전이되어 특정 사상의 표현이나 또는 종교적 의제로 확산되기도 한다.


그러한 물의 흐름은 시간에 의해 완벽하게 통제된다. 변증법적 논리에 의하여 변화를 지배하는 논리인 시간은 일정한 흐름으로 치환될 수 있고, 그 흐름은 다시 시간에 의해 통제 합일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가을이 오는 것을 사물의 변화로부터 인지하는 나의 인식의 배후에는, 지극히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변화의 논리가 존재하고, 그 논리의 지배자인 시간은 다시 인식의 당사자인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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