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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ug 21. 2016

르네상스의 선물, 우피치 미술관

이탈리아 2

보티첼리 방, 비너스의 탄생
비너스의 탄생 , 산드로 보티첼리 작  1484년–1486년 

2.    우피치 미술관(Galleria degli Uffizi)


메디치가의 주류가 아닌 먼 방계 혈족이었던 코시모 1세 데 메디치가 권력을 장악하면서 토스카나, 그리고 피렌체의 권력구조는 빠르게 개편된다. 코시모 1세는 권력을 장악한 뒤 피렌체 내의  다양한 행정 조직 및 기관들, 그리고 메디치 통일 이전의 토스카나 공화국 시절에 만들어진 여러 종류의 길드들을 한 곳에 모은 후 이들에 대한 직접적이고 강력한 지배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당대의 유명한 건축가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에게 명하여 행정중심 복합건물을 짓게 했다. 이를테면 요즘의 정부종합청사였던 셈이다. 이름 또한 우피치(Uffizi), 즉 사무실(Office)이었다.


행정 업무를 보는 건물이었기 때문에 커다란 회랑 옆으로 많은 방들이 연속되고 그 방들마다 이제는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2층 전체와 3층, 그리고 곳곳에 설치된 별실마다 메디치가가 소장했던 각종 미술품 25,000여 점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어 아침나절부터 시작된 관람은 점심을 넘기고 폐관 무렵이 되어도 관람하지 못한 방들과 전시작품들이 많았을 정도로 엄청난 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건물은 석조 뼈대를 중심으로 목조와 어우러진 건물이었는데 우리의 건물들이 순수 목조인 관계로 300년을 버틴 건물이 드문데 이 건물만 하더라도 이미 500년을 넘은 건물이다. 물론 피렌체의 날씨가 건조한 탓과 석조의 틀이 있었기에 오래 유지되었겠지만 자꾸만 우리의 상황과 비교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르네상스라는 말을 처음 배운 것이 아마 중학교 시절이었을 것인데 그 이후 이 단어를 줄곧 들어오면서 단 한 번도 비판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중학교 시절 재생이니 부활이니 하는 르네상스의 단어의 뜻이 명료하게 우리 머리에 인식되었을 리 없는데도 우리는 그 이후 줄곧 그렇게 인지했고 교사가 되어 나의 학생들에게도 그렇게만 가르쳐왔던 것이다. 중세가 오직 신성을 위해 헌신한 인간성의 암흑기라는 말이 중학생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서양에서 태어나 서양의 학문을 오래 연구하고 이해한 학자의 르네상스에 대한 의견이 우리의 교과서에 인용되었고 그 사실을 아무런 비판 없이 우리는 앵무새처럼 외웠으나 정작 르네상스라는 말은 아주 오래도록 아이러니하게도 매우 진부하지만 동시에 생경한 단어임에 분명했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그리고 미술관을 돌아보면서 르네상스의 속살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이 르네상스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서양인들이 말하는 르네상스의 흔적들은 지금 유럽 전역에 너무나 많다. 그들이 사는 동네 이곳저곳에, 미술관 여기저기에서 르네상스의 흔적은 쉽게 발견된다. 우피치의 예술품들 중 대부분은 바로 이 르네상스의 소산이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우피치의 예술품들은 르네상스가 가져다준 선물들이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이곳에서 자란 사람들에게 르네상스란 설명할 필요도 없이 그들의 삶 속 곳곳에 존재한다. 그들이 사는 집과 도시와 공간이 르네상스의 흔적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아르노 강과 연결된 긴 회랑을 보며 그리고 그 중간중간 방마다 전시된 미술품들을 보며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의 삶을 생각해 본다. 정말로 그림 한 점, 조각하나 쉽게 보기 어려운 우리들이 아닌가? 어쩌다 외국의 미술품이 전시된 곳을 찾아가면 입구에서부터 기분이 상한다. 사진 찍지 마라! 가까이 가지 마라! 그리고 재 입장은 어렵다! 그러면서 전시장은 어둡고, 그 흔한 소파 하나도 없다. 그냥 돌아서 나가라는 것인데 이것이 전시인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빌려온 것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자괴감으로 늘 전시장을 나서게 된다. 


비너스의 탄생에 대한 그림 설명


그림 위쪽의 두 남녀(서풍 제피로스와 그의 연인 클로리스)는 서로 얽혀 있는데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몸의 위치다. 하지만 선은 매우 유려하다. 이 그림은 피렌체의 메디치가에서 혼인용으로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보티첼리가 그린 그림이다.

가이아와 우라노스가 결혼해서 낳은 아들이 정말 많다. 가이아는 대지의 여신이고, 우라노스는 하늘의 신으로 둘의 결합에 의해 그리스 모든 신들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우라노스는 가이아가 혼자 나은 세 아들- 폰투스(바다), 우레아(산)- 중 하나 이기도하다.

어쨌거나 둘 사이에서 12명의 티탄 족이 탄생했다. 12명으로 모자랐는지, 가이아는 이마 가운데 눈이 하나 있는 거인인 키클롭스(사이클롭스) 족을 낳았는데, 알 게스(Arges), 브론테스(Brontes), 스테로페스(Steropes) 등 3명이다.

거기다 손이 백 개 달린 거인인 헤카톤 키레스(Hekatonkheires) 3명에 그 외에도 20명이 넘는 자식과 손자, 증손자를 가리지 않고 낳는다. 그런데 이 금슬 좋은 부부 사이에도 균열이 생기고 심지어 가이아는 우라노스를 죽이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의 아들 천공의 신 크로노스에게 자기 아버지를 죽이라고 협조를 요청하자 크로노스는 이 제의를 수락한다. 콩가루도 예사 콩가루가 아니다. 크로노스는 몰래 숨어 있다가 자기 아버지 우라노스의 남근을 잘라 버린다. 참!  그 남근은 바다로 추락하고 추락한 자리에서 거품이 생기는데 거기에서 미의 여신 비너스가 탄생한다.

참 어처구니없지만 이 모든 것은 상징으로 이해하면 뭐 그리 어이없는 일도 아니다. 한 참을 바다에서 자란 여신은 이제 막 마른땅에 막 발을 내딛으려고 한다. 왼쪽에는 제피 루스와 아내 클로리스가 비너스를 해안 쪽으로 가도록 바람을 불어내고 있다.


오른쪽에는 계절의 여신 플로라(호라이 – 사실은 클로리스와 호라이는 동일 인물이다.)가 비너스의 시녀로 등장하여, 여신의 알몸에 망토를 걸쳐주려 하고 있다. 성기를 가린듯한 금발과 조가비, 그리고 망토, 이것은 은유적인 성적 표현을 하고 있다.

이 그림은 경계를 넘는 순간을 다루고 있다. 처녀였던 비너스가 보통의 아내가 되어(바다에서) 출산과 생식의 세계(땅으로)로 들어가는 순간을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조개는 여성의 성기를 상징한다.

또한 성기를 가리고 있는 금발도 자세히 보면 성기의 모양을 본떠 그렸다. 또한 계절의 여신의 오른팔을 살펴보면 동그랗게 말아 쥔 모습 또한 여성의 성기를 암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너스의 탄생]은 그리스 신화를 이용하여 인간의 가장 현실적인 부분을 표현한 것이다.

비너스의 얼굴을 살펴보자. 슬픔이 배어있는 애잔한 표정이다. 이것은 처녀성의 상실을 의미한다.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은 과거의 삶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수반한다. 이제 비너스는 땅의 논리에 따라 번식과 생육을 책임지게 된다. 


보티첼리는 비너스를 콘트라 포스트의 자세로 그려 놓고 금발을 쥔 팔은 어깨에 붙여놓아 전체적으로는 매우 불균형해 보이는 그림을 그렸지만 이전 시기의 그림과는 달리 신화를 인간의 시각으로 인간의 삶, 여러 장면을 상징하는 그림이다. 즉, 르네상스의 표현이다.
작가의 이전글 La Peste à Rome,1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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