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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an 07. 2018

不寒日閒中

不寒日閒中


鴉鳴覃山弘(아명담산홍) 까마귀 울음 산에 울리니, 

猝覺只深冬(졸각지심동) 불현듯 깊은 겨울임을 아는구나.

衆我不覺跫(중아불각공)* 여럿 가운데 내 발자국 느끼지 못하니, 

難及自心泓(난급자심홍) 내 마음 깊은 곳은 더욱 미치기 어렵네.


2018년 1월 7일 오후. 잠시 집 밖으로 나가보니 겨울 까마귀가 들판과 산에 가득하다. 겨울 산을 보며 조용하게 산책을 하려 했더니 휴일인지라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사람들이 많으니 나의 발자국 소리 조차 들리지 않는다. 걸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고자 했던 마음을 접는다.


문득 두보의 시가 생각난다. "四更山吐月(사경산토월), 殘夜水明樓(잔야수명루) 사경(새벽 1시~3시)이 되자 산이 달을 토하니, 새벽의 물이 누각을 밝힌다." 내가 보는 겨울 산은 내가 보고자 해서 거기 있는 것이 아니라 산은 언제나 거기 있었다. 깊은 밤 달이 떠오르자 산이 보인다. 이미 산은 거기 있었지만 두보는 역으로 달이 산을 토해냈다고 표현한다. 더불어 이 달이 물을 밝히고 그 물이 누각을 밝히는 경지다. 경계를 잃은 산과 달, 달과 물, 물과 누각이 각각 존재하고 또 혼재한다. 내가 감히 이 경지에 다가가기를 바란 것은 아니지만 세상이 혼란스러우니 잠시 한가했던 마음을 접는다. (두보 秋色丹楓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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