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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Feb 02. 2018

서서(徐徐):평화로움

서서(徐徐)* 평화로움


紅砂小杯跍 (홍사소배고)붉은 모래 작은 잔에 사뿐히 걸터앉아, 

斜光夐綠豪 (사광형록호)비스듬한 빛에 환한 녹색으로 빛나는구나! 

寓生死恐療 (우생사공료)삶과 죽음의 두려움을 벗은 듯, 

小幼於漠敎* (소유어막교)여리고 작은 것으로부터 큰 가르침. 


2018년 2월 2일 2층 교무실 창가에 작은 다육 화분을 보다. 『장자』내편 응제왕 처음에 설결과 왕예, 그리고 포의자(피의) 이야기가 나온다. 제목의 徐徐는 평화롭다고 해석되는데 이는 포의자가 태씨(泰氏)의 잠자는 모습을 묘사한 말이다. 태씨(泰氏)는 태곳적 제왕, 즉 복희씨를 일컫는 말이다. 즉 복희씨의 잠자는 모습은 몹시 평화로웠다는 이야기다. 


결구의 막교(漠敎)는 응제왕의 세 번째 이야기에 등장하는 말이다. 세 번째 이야기는 이러하다.


天根(천근)이 殷山(은산)의 남쪽에서 노닐 적에 蓼水(요수) 물가에 이르러 마침 無名人을 만나 천하를 다스리는 법을 묻는다. 하지만 무명인은 천근을 어리석고 비루하다고 몰아세운다. 하기야 무명인(아마도‘장자’인 듯한 분위기)의 입장에서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그래도 천근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묻자 이렇게 대충 얼버무린다. 


“그대(천근)가 마음을 담담한 곳에 노닐고, 기를 막막한 곳에 부합시켜서(合氣於漠), 사물의 본성을 따라 사사로운 욕심을 허락하지 아니하면 천하는 다스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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