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ity

by 김준식
허영의 파도

2018년 1월 14일 일요일 오후 거실에 가만히 앉아 브런치의 요일 별 매거진을 읽는다. 브런치의 요일 별 매거진을 보니 존경과 부러움이 동시에 일어난다. 내 글의 구독자는 138명이 다지만 1000명이 넘어야만 요일 별 매거진을 발행할 수 있다. 마음에 일어나는 이 열등감의 저변에는 '허영심'이 깔려 있음을 안다.


파스칼(Blaise Pascal,1623~1662)이라는 요절한 천재가 있다. 데카르트와 동시대 인물이지만 데카르트보다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 문득 그의 이야기가 떠 올라 그의 책 ‘팡세’를 찾아 읽는다. 그가 책에서 ‘허영’이라는 말을 다음과 같이 했다. 그 말을 읽으니 나의 허영이 눈에 보인다. 그리고 내 주위의 모든 허영이 오롯이 보인다.


파스칼이 "팡세"를 집필한 직접적인 동기는 ‘성형(聖荊)의 기적’이라고 전해진다. 파스칼의 누이인 질베르트 페리에 부인이 "블레즈 파스칼의 생애"에서 밝힌 내용은 다음과 같다.


“1656년 3월 24일 내 딸, 마르그리트 페리에(Marguerite Pèrier: 파스칼의 조카) 에게 기적이 일어난 거예요. 3년 반 동안이나 앓아 오던 누낭염(涙囊炎)이더욱 악화되어 실명(失明)의 위기에까지 갔고, 눈뿐만이 아니라 코와 입에서까지 고름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 눈병은 지독한 악성 질환으로서 파리의 일류 외과의사와 그 밖의 어느 누구도 치료를 해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아이의 눈이 성형(聖荊)에 닿는 순간 말끔히 나아 버린 거예요. 이 기적은 세상 사람들이 시인하는 바이며, 프랑스의 유명한 의사들이 입증하는 것으로 교회들도 엄숙히 인정했습니다. 동생(파스칼)은 그 기적을 목격한 순간 그리스도의 권능에 숙연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책 Pensées(생각이라는 뜻)는 전체 14 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책의 내용은 일관성은 없다. 왜냐하면 파스칼이 문득문득 생각이 떠 오를 때마다 쓴 글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책은 파스칼이 죽은 뒤 출판되었기 때문에 위계를 세워 서술될 수 없었다. 위에서 말했듯 이 책은 그리스도의 성형(가시면류관, 십자가와 그 못, 채찍 등등.)의 기적을 말하고자 했던 것으로서 파스칼 자신이 생각한 여러 가지 것에 대한 기독교도로서의 생각(팡세)을 서술해놓은 것이다. 그중 인간의 허영심을 정말 잘 보여주는 제 3 장의 내용은 이러하다. (제목은 불신자의 공격으로 나오지만 내용은 우리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제 3 장 불신자(不信者) 들을 공박함


허영(Vanité)은 인간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박고 있으므로 군인도, 도제(徒弟)도, 요리사도, 짐꾼도 저마다 자만하면서 자기를 존경하는 사람들을 얻으려고 한다. 철학자들까지도 마찬가지이다. 심지어는 존경 따위는 염두에 두지 말아야 한다고 글을 쓰는 사람들까지도 자신의 글이 훌륭하다는 찬양을 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글을 읽는 사람들도 자기가 그것을 읽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싶어 한다.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존경을 받고 싶어 할지 모른다. 또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들도…….


갑자기 많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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