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음력 설날이 얼마 남지 않은 2월의 어느 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ost를 듣다.
음악은 지브리 스튜디오 제작 영화에서 음악을 자주 담당했던 히사이시 조다.
서양에도 동양에도 신이 많다. 신이 등장하는 신화도 많다. 그 신화에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는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들이다. 사랑, 음모, 배신, 의리, 신뢰, 파괴, 죽음, 구원, 타락……등이 신화에 등장하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들이다.
그리스의 호메로스의 위대한 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에서 일리아드는 신들의 이야기이고 오디세이는 인간의 이야기이다. 일리아드에 등장하는 수많은 신들의 이야기에는 충분한 ‘동기’가 없거나 혹은 분명하지 않으며, 심지어 신들은 서로 말다툼을 벌이기도 하고 또는 거짓말하고 싸우기조차 한다. 즉 그리스인들에게 신들은 위대한 존재라기보다는 인간 행위의 관념적 실체 정도로 신을 상정한 것이다. 오디세이는 그런 인간적인(?) 신들에 의해 표류하고 방황하는 인간의 이야기이다.(물론 신들이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호메로스는 서양문명이래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위대한 시인이다. 이 시인 이후의 어떤 작가도 여전히 그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서양의 모든 학자들이 내리는 엄숙한 평가이고 보면 그의 절대적인 평가야 말로 바로 신화 인지도 모른다. 그가 장님이었다는 이야기는 그의 작품, 즉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의 내용을 보고 후세의 사람들이 편집한 것으로서 실제로 그가 장님이었다는 직접적인 기록은 없다. 하지만 프랑스의 아카데믹 화가 William-Adolphe Bouguereau(부게로, 1825–1905) 가 그린 호메로스는 확실히 장님이다. 미소년이 호메로스를 이끌고 있고 그 앞에 개가 짖고 있는 장면을 그렸다.
호메로스가 장님이었건 또는 그렇지 않았든 간에 그의 위대한 작품은 후세의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감을 주었다. 오디세이의 주인공 오디세우스의 라틴 식 이름은 율리시즈다. 이 율리시즈는 근대 서양의 가장 위대한 소설가 중 한 명인 아일랜드 출신의 James Joyce(제임스 조이스, 1882 - 1941)가 쓴 동명의 소설로서 유명한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 기법을 적용한 이야기인데 단 하루 동안의 기록이다. 이는 일리아드에서 10여 년간의 전쟁 동안 중 단 며칠을 묘사한 호메로스의 서술 방법에 기초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트로이의 영웅 아에네아스(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트로이의 왕자 안키세스의 아들) 이야기만을 따로 떼내어 1세기경 로마의 시인 Publius Vergilius Maro(베르길리우스, BC 70 ~ BC 19)가 쓴 ‘아에네아스’는 요즘 말로 한다면 호메로스를 향한 헌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서사시의 내용은 아에네아스가 트로이를 떠나 카르타고를 거쳐 다시 로마로 향하는 과정을 그린 것인데 이 과정에서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까지 등장하지만 호메로스의 작품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후세의 평가다. 이것은 베르길리우스가 못해서가 아니라 호메로스가 위대한 것에 원인이 있다는 것도 역시 후세의 평가다.
그런가 하면 오디세이에서 오디세우스가 바다를 방랑하다가 Phæácia(파에케이아)라는 향락의 섬에 도착하여 목적을 잃고 그곳에서 향락에 빠진 오디세우스에게 고향과 목적을 되찾게 해 준 여인이 바로 파에케이아의 공주 나우시카다. 이 이야기에 영감을 받은 것이 유명한 일본의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든 바람계곡의나우시카다. 물론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인류멸망 이후의 이야기로서 트로메키아국과 페지테국이라는 가상의 나라를 무대로 나우시카의 희생을 통해 다시 새로운 문명이 싹튼다는 이야기인데 하야오 스스로 오디세이에서 이 이야기의 영감과 제목을 인용했노라고 이야기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AeohVqBcw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