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미회담의 난관
1.
전쟁에 대한 불안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전쟁은 곧 싸움이고 싸움은 평화와 안전함의 파괴로부터 시작된다. 안전욕구의 바탕에는 고통의 회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통증이나 불편함에 대한 회피 욕구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게 적용할 수 있는 대전제로써 전쟁이란 바로 이 원초적인 조건을 박살 내는 행위다.
2.
좀 더 나아가 전쟁이란 사회체계의 파괴로 이어진다. 생명을 위협하는 것으로부터 생명과 생명의 관계를 단절시키고자 하며 그러한 생명체들의 관계가 중첩적으로 연결된 사회의 모든 체계와 이념을 부정하고 그것을 파괴하려는 행위가 바로 전쟁이다. 따라서 전쟁이란 인류가 발전시켜온 가장 반문명적 반인류적 행위임에도 인류 역사 전 과정에서 단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다.
3.
한반도의 긴장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미 1950년 전쟁 이후로 지금까지 그 어떤 순간도 평화로웠던 적이 없다. 남북한의 모든 젊은이들은 뜨거운 20대의 한 시절을 남북 분단의 교점에서 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거기에는 증오와 분노, 살육의 무기들이 즐비하고 잠시도 안도할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의 긴장은 매우 이례적이라기보다는 중첩된 긴장의 결과물로서 파악될 수도 있는데 전쟁의 위협은 이러한 논리적 계산의 상위에 존재하는 것이어서 그 불안은 언제나 새롭고 동시에 무섭게 다가온다.
4.
어쩐 일로 트럼프가 5월이 되기 전에 김정은을 만난다 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오늘 뉴스에는 북한이 이행하기 어려운 다른 조건을 달고 만남을 유보할 태세다. 그러면 그렇지 트럼프가 한반도의 평화를 바랄까? 미국의 군수업자들이, 미국의 매파들이 이 평화의 흐름을 그냥 보고만 있을 리 만무하다. 아마도 목숨 걸고 로비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지구 상에서 여전히 재래식 무기를 팔아먹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여 말 바꾸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