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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pr 12. 2018

시간의 리듬

베토벤 7번 교향곡 3악장

주말이 또 다가오고 있다. 월요일이 시작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시간과 삶은 단 한치의 오차도 없이 오늘 이 지점으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아파트 앞으로 보이는 산에는 이제 불그스레한 꽃들이 피기 시작하였고 새싹에서 여린 녹색으로 변한 잎들이 어느새 겨울의 그림자를 깨끗하게 지우고 있다. 그렇게 녹음은 짙어질 것이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거의 느낄 수 없었던 자연의 변화가 조금씩 나이를 들어가면서 문득문득 다가오더니 50대 중반을 넘긴 이즈음은 길가 잡초들이 피워내는 작은 꽃과 무심한 나무들의 새싹에도 흠칫 놀라게 되는데, 이것이 나이 들어서 느끼는 것들 중의 하나라면 세월은 나에게 꽤 좋은 선물을 준 셈이다. 조금 더 빨리 나의 감성과 감각이 건조해지기 전에 이렇게 자주, 이렇게 세밀하게 시간을 느낄 수 있었다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젊은 시절, 하이데거가 말한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 시간’이라는 말이 요령부득이었는데 이즈음 자연을 대하는 나의 태도와 감각 그리고 세월의 느낌을 곱씹어보면 존재와 시간, 그 둘 사이의 미묘한 연결을 나는 자연으로 하여 아주 희미하게 느끼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시간이 흐르는 과정을 비교적 쉽게 느낄 수 있는 예술은, (내 생각에는) 단연코 음악이다. 하지만 음악으로 시간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오래전부터 음악가들은 무던히 애를 써왔고 또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이다.  


“장 크리스토프”라는 대하소설로 1915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프랑스의 작가 로맹 롤랑은 베토벤 연구에도 탁월했는데 그에 의하면 베토벤 7번 교향곡은 ‘시간의 리듬’을 연주한 것이며 그중 3악장은 특히 시간과 리듬의 향연이라 할 만하다고 이야기했다. 


별 다른 표제가 없지만 너무나 유명한 베토벤 7번 교향곡 3악장 속에서 나는 과연 시간의 리듬을 찾을 수 있을까? 


주말이 다가오는 4월의 밤, 베토벤 7번 3악장을 들으며 존재와 시간의 리듬을 느껴보자.


Beethoven Symphony no.7 III. Presto (F major)                                     

https://www.youtube.com/watch?v=MEWWyeYGM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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